김재형 대법관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대해서는 "현행 민법으로 충분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김 후보자는 17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서면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퇴임후 변호사 개업 안한다…징벌적 손해배상 민법 통해 해결 가능"

김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할 생각이 없고 학문연구나 공익 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다만 "일률적으로 모든 대법관 후보자에게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포기하도록 약속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도입 여부를 놓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앞서 피해자의 손해가 불법행위 전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상돼야 한다"며 "우리 민법 이론을 통해서도 같은 결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또 "대륙법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받아들인 나라는 없다"며 "우리 민법의 손해배상 규정은 어느 나라보다도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어 위자료 산정과 관련한 세부적 요소를 밝히고 기준표를 마련해 배상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고법원 "지속적 논의 필요"…법관 징계 "해임 대신 탄핵"

대법원이 추진했던 상고법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상고사건 급증에 따른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대법원이 법령해석을 통한 사법적 가치판단과 개별적 권리구제라는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비록 상고법원 도입은 좌절됐지만, 상고제도 개선은 중요한 문제이기때문에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법관 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증원할 경우 전원합의체를 활성화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봤다.

법관 징계 처분에 '해임'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관의 신분 보장은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보장으로 해임을 추가하면 신분보장을 약화시켜 재판의 독립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법관의 비위행위가 중할 경우 헌법에 규정된 탄핵제도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둘러싼 갈등,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법원의 '원세훈 댓글사건' 파기환송,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농민 백남기 씨 사건, 밀양송전탑 사건, 개성공단 폐쇄 사건 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의견을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