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61)의 딸 정유라씨(21)가 청담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정씨와 같은 체육특기생들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교사가 최씨의 행패 탓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증언했다.

교사 송모씨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진행된 최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딸 정씨의 출석 문제로 행패를 부렸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송씨는 정씨가 청담고에 재학하던 2012년 3월부터 2014년까지 체육특기생들의 출결 관리 업무 등을 맡은 바 있다.

송씨는 이날 "훈련 기간이 짧은 경우 공문을 보내지 말고 개인체험학습 신청을 해 공결 처리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정씨에게 권유를 했다"고 말했다. 체육특기생은 관련법 등에 따라 연 4회까지만 대회 출전 등을 이유로 공결처리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송씨는 정씨에게 이 같은 말을 전한 뒤 최씨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씨는 전화상으로 "왜 공결처리가 안된다는 것이냐"며 따지듯 물었다고 한다. 관련 규정을 설명하자 최씨가 "교욕부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냥 해 줘라"고 우겼다는 것이 송씨 주장이다.

최씨는 특히 "다른 학교는 다 되는데 왜 청담고만 안된다는 것이냐"라며 따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송씨가 "그 학교로 전학을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최씨는 화를 내며 "나이가 어려서 아무 것도 없는 게 어디서 시건방지게 말대꾸냐. 애 아빠가 알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라며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언에 따르면 심지어 최씨는 송씨가 수업을 하고 있는 도중에 학교에 찾아와서도 행패를 부렸다. "너 빨리 나오라"는 최씨의 말에 송씨가 "사무실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자" 최씨는 재차 "어린 것이 어디서 기다리라 마라야"라고 소리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송씨가 수업을 중단하고 사무실로 이동하자 최씨는 "넌 선생 자격이 없다. 교육부장관에게 말할 것이다"는 폭언을 했다고 한다.

최씨 변호인은 이 같은 송씨의 증언의 신빙성을 지적하려 했다. 2013년에 있었던 대화 내용이 정확히 최씨 등의 공소장에 적힌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송씨는 "정확한 대화를 메모를 해 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일이 있은 뒤 다른 선생님들에게 여러차례 이야기해 거의 외우다시피 한다. 꿈에도 나온다"며 "잊으려 했는데 각인이 돼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이 일이 불거진 뒤) 기자들에게 전화가 오고, 주변 지인들도 곤란한 이야기를 물어보고 조사를 받다 보니 계속 생각이 나서 정신과 치료를 2∼3개월 정도 받았다"며 "지금도 담임 업무를 못 맡고 있다. 학부모가 무섭다"고 밝혔다.

송씨는 "최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사건 말고도 처벌받을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내 사건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씨는 이 같은 일이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일반적 대화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엄마와 선생님의 일상적 대화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특검이 비화하고, 선생님도 성격이 까탈스럽고 학부형에게 하대를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애 아빠를 얘기하면서 가만 두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