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뉴스1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 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처리 관련 지시를 언급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문 전 장관의 변호인은 17일 자신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문 전 장관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줄곧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왔다.

변호인은 문 대통령이 최근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처리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한 일을 예로 들며 "세월호 참사가 3년 전에 있었는데 아직 기간제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못한 것은 인사혁신처의 관련 규정 해석상 '곤란하다'고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감독을 하는 기관과 실제 집행을 기관이 규정을 해석할 때는 늘상 차이가 있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특히 "문 전 장관 사건도 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와 집행기관인 국민연금 사이에서 해석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에 복지부 장관이 아무 것도 못하게 돼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도와 감독을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복지부 연금재정과에서 한 모든 일이 독립성의 원칙을 침해한 것이라는 특검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유죄가 된다면 현직 대통령의 지시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특검은 이와 다른 의견"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특검은 문 전 장관이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적법한 지시를 했다는 취지로 기소한 것이 아니다"라며 "문 전 장관은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 의사 결정에 관여해 특정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지시해 실행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또 "최근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처리 관련 지시는 그 방법이 정상적 경로로 하달됐고 대통령의 지시가 언론에 투명하게 공개됐다"며 "반면 문 전 장관의 지시는 복지부 관계자가 국민연금 관계자를 소환한다거나 의사 결정을 종용하는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져 두 사안이 동일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문 전 장관 등에 대한 재판은 오는 22일 모두 마무리된다. 특검은 이날 재판에서 두 사람의 혐의에 대한 최종 의견을 밝힌 다음 형량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구형에 나설 계획이다. 문 전 장관의 1심 선고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결심 공판 이후 2∼3주 뒤 선고 기일이 잡히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