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가족 여러분!

이제 사랑하는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1989년 3월부터 지금까지 28년 2개월 동안 여러분과 함께 해온 시간을 오늘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특히 그 동안 검찰연구관, 과장, 차장검사로 근무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은 이곳 대검찰청에서 떠나게 되니 많은 감회가 듭니다.

공직자로 일해 온 기간 동안 국민을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수사, 기획, 법무행정 등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중요업무를 담당하면서, 항상 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크게 이룬 것도 없고 부족함도 적지 않았던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동안 부족한 저를 많이 도와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늘 업무에 쫓겨 여유를 내지 못해 여러분과 더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 것이 아쉽고 후회됩니다.

저와 함께 했던 시간이 여러분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검찰가족 여러분!

저는 떠납니다만, 남은 여러분들은 늘 그랬듯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포부를 갖고 본연의 업무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대한 사회악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 이 길을 선택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범죄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수사과정에서의 적법절차를 지켜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따뜻한 모습에서, 검찰인의 보람과 긍지를 느껴 왔습니다.

이러한 검찰 본연의 임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계속되는, 사회의 필요불가결한 기능입니다.

공정하고 엄정한 법질서 수호자로서의 검찰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여전히 높은 만큼, 우리는 법질서 확립의 노력을 더욱더 철저히 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게 검찰권을 행사하여 국민 신뢰를 높여가야 합니다.

한편, 법집행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수사 등 검찰 업무 전반에 있어서 엄정함만 강조한 나머지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부단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일찍이 노자는 ‘직이불사 광이불요’(直而不肆 光而不燿), 즉 “곧으나 너무 뻗지는 않고, 빛나나 눈부시게 하지는 않는다.”는 말로 신중과 절제를 강조하였습니다.

공정하면서도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로 검찰 업무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승풍파랑(乘風破浪)’이란 말이 있습니다.

거센 바람을 타고 끝없는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뜻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큰 뜻을 품고 스스로 희망과 용기를 가지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미래 검찰의 주역이자, 새로운 가치 창출의 주체입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하여 의연하고 굳건하게 소임을 다해 나간다면, 결국에는 그 뜻이 국민들에게도 통하여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끝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기억을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행복과 건강, 그리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바쁜 업무로 인하여 가정에 충실한 아들, 동생, 남편, 아버지가 되지 못하였음에도 항상 응원해 주신 존경하는 어머님과 누님,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제 아이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