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18일 매머드급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을 공개했다. 법무부가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정부 법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적, 법률적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검·경이 체포·압수수색 하면 공수처 수사 '불가'

이날 공개된 공수처 법안 내용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이 된 부분은 '제20조'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의 수사에 착수한 경우에 지체없이 그 요지를 처장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공수처 검사가 수사중인 사건과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은 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여야 한다(제1항, 제3항)'고 정하고 있다. 또 제2항은 '처장은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때에는 다른 수사기관에 그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다른 수사기관은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그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그밖의 특별한 사정'이란 예외조건이다. 즉 대물적 강제처분인 압수수색 또는 대인적 강제처분인 구속, 체포 등이 이뤄진 경우라면 검찰과 경찰은 '특별한 사정'이라는 이유로 수사권을 공수처에 넘기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판단할 주체도 법에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검찰이 공수처에 수사착수 통지를 하지 않고 구속영장까지 발부받았다면 공수처로선 사건을 넘겨받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공수처는 행정부 산하도 아니어서 법무부 장관도 개입하기 어렵다.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은 "기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등 충분히 수사가 진행된 상태라면 그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라며 "공수처에 수사 독점권을 부여하지 않아 공수처와 검찰이 경쟁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메기론'이다.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겹칠 경우 조정 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검찰 2중대' 우려

공수처가 설치된다고 해도 검사와 수사관 등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 공소제기·유지 업무는 축적된 경험과 훈련된 인력 등 전문적인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이를 확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법안에 따르면 기존 검사의 경우 퇴직 즉시 공수처 근무가 가능하다. 처장, 차장의 경우에만 퇴직 후 일정기간이 지나야 공수처에 갈 수 있다. 검찰 출신을 절반까지만 고용할 수 있지만 '검찰 2중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또 공수처장을 법조인으로 제한해놓은 조항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 법학 교수는 "처장이 반드시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조인일 이유는 없다"며 "기존 법조계의 외부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인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 대상을 놓고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공무원 외에 유일하게 금융감독원 임원만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나머지 공기업, 정부출자기업 등은 빠졌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경우 공직유관단체 및 기관의 장과 임직원을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왜 금감원 임원들만 지정했는지 알 수 없다"며 "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누가 견제하나

공수처를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낸 공수처 설치 법안에는 '공수처 검사가 △담당사건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였을 경우 △공소를 제기하였을 경우 및 해당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는 각각 10일 이내에 대통령과 국회에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개혁위의 법안에선 빠졌다. 단지 요구가 있을 경우 처장이 직무상 보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수처 검사의 범죄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장은 그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도록 돼 있지만 그 가족의 범죄나 공수처 수사관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아울러 법 제18조에 정치중립의무가 규정되어 있지만, 공개된 법안에선 공직자 검사가 가진 당적의 유무 등을 당연퇴직 사유나 임명결격 사유로 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