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국정원 사이버외곽팀 운영책임자로 댓글 사건과 관련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 조사 차 출석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민간인을 동원한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팀인 '사이버 외곽팀' 운영을 총괄한 것으로 지목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구속됐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9일 새벽 민 전 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상당 부분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심사를 받은 외곽팀 송모씨와 국정원 직원 문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오 판사는 송씨에 대해서는 "공무원 범죄인 이 사건 범행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문씨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며 구속영장청구 이후 피해금액을 전액 공탁한 점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앞서 민 전 단장은 전날 오전 10시30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외곽팀장 송모씨, 국정원 전직 직원 문모씨도 함께 심사를 받았다. 민 전 단장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무엇이 제일 억울하느냐'는 질문에 "법정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윗선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14일 민 전 단장과 송씨, 문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 전 단장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원 전 원장 등과 함께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민간인들로 하여금 온라인상에서 불법 선거운동 및 정치관여 활동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그 대가로 국가예산 수십억원을 지급해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도 받는다.

민 전 단장은 또 2013년 원 전 원장 사건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외곽팀 운영 및 활동 사실이 없는 것처럼 거짓 증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8일과 13일 두차례 민 전 단장을 소환해 관련 혐의들에 대해 확인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외곽팀장 송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10억여원의 활동비를 지급받고 5개 안팎의 하부 외곽팀, 수백여명의 팀원들을 동원해 불법 선거운동 및 정치관여 활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다.

국정원 전직 직원 문씨는 2011년 외곽팀 관련 업무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몰래 사용해 외곽팀장인 것처럼 보고하고, 그 명의자들이 활동한 것처럼 영수증을 위조해 국정원에서 활동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편취한 혐의(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사기)를 받는다.

원 전 원장과 민 전 단장은 이미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민간인들을 동원하기 위해 국정원 예산의 불법적 유용을 지시한 사실 등이 드러날 경우 국고손실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별도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