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50)을 검찰이 이르면 이번주 중 소환할 방침이다.

이명박정부 댓글공작에 대한 수사가 군과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로까지 확대됨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76)까지 검찰의 사정권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해 최근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소환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주 중 김 전 비서관을 소환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외전략비서관과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낸 김 전 비서관은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또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군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 요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우리 사람을 뽑으라"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군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따라 실제 요원 선발 과정에서 호남 출신 등이 배제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군의 보고를 받던 당시 김 전 비서관이 배석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비서관이 소환될 경우 이명박정부 청와대 관계자 가운데 군의 댓글공작 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첫번째 사례가 된다.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 사건의 수사가 이명박정부 시절 군과 국정원에서 청와대로까지 확대됐음을 뜻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람을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수사하지는 않는다"며 "사안의 진상규명과 증거수집이 중요한데, 그에 따라 조사 필요성이 있다면 누구라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을 포함한 당시 청와대 보고라인에 있었던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식과 일정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르면 올해 중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서명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문건에 '대통령 지시'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 등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특강차 바레인으로 출국하는 길에 기자들이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상식에 벗어나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그는 군과 국정원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가리켜 "군과 정보기관을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루는 것은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최근 구속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을 연일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군의 댓글공작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