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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화산 폭발로 발 묶인 여행객, 배상받을 수 있나

[the L] "손해 방지에 필요한 모든 조치 취했다면 책임 묻기 어려워"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섬 아궁화산 분화로 잠정 폐쇄된 덴파사르의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의 운항정보판에 모든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AFP=뉴스1

화산 분화로 3일 넘게 폐쇄됐던 인도네시아 발리 공항의 운영이 재개된 가운데 발이 묶였던 여행객들이 항공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런 경우 항공사의 고의나 과실이 있을 때에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판례다. 화산과 같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이유로 연착 등이 발생했다면 항공사의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노모씨 등 51명은 2007년 1월22일 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서울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그러나 항공기는 이륙 뒤 30분 만에 엔진 이상이 발생했고 도로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착륙하게 됐다. 이들은 대체 항공기를 이용해 15시간 늦게 입국했고, 각각 대한항공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400만원씩을 지급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국제항공운송에 적용되는 바르샤바협약에 따라 대한항공이 노씨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협약은 탑승객의 사망이나 신체적 상해 등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특히 "손해배상 청구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엔진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없었던 점, 대한항공이 손해 방지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하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즉시 대한항공 측이 시내의 호텔을 알아 본 뒤 승객들을 호텔까지 이동하게 할 차량을 마련했고 최대한 빠르게 대체 항공기를 구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는 것이다. 이 판결은 노씨 등이 항소하지 않아 1심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대전지법 2007가합3098)

법조계 관계자들은 항공사가 운항 지연 등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한다. 과거 한 항공사가 비행기 수리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승객들의 탑승 절차를 밟았다가 출발 직전에 운항을 취소하고 2시간여 뒤 대체 항공기로 운항을 한 사례에서 법원은 항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운항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항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연재해 등의 불가항력적 사유로 지연이 발생했을 때도 항공사가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책임의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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