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친절한 판례氏] 성희롱 피해자에 되레 불이익 준 회사

[the L] 대법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의무, 사업주에 있어"

임종철 디자이너

검찰내 성추행과 그에 대한 은폐 및 인사상 불이익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대법원 판결(2017년12월22일 선고, 2016다202947)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성희롱 피해자를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인사상 불이익을 가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다. 이 판례는 성희롱 피해자를 도운 동료 직원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3년 8월 르노삼성자동차에서 근무하던 A씨는 회사 및 같은 부서 상사였던 B씨를 상대로 1억2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B씨는 1년 이상 A씨를 상대로 성희롱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다는 이유에서, 르노삼성은 B씨의 사용자로서 B씨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르노삼성의 성희롱 예방교육이 미흡해 직장내 성희롱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점 △성희롱 피해자인 A씨에 대한 적절하고 신속한 구제절차와 조치를 마련하지 않아 2차 피해를 확산시킨 점 △사건 발생 후 A씨를 기존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부당한 인사발령을 내린 점 △사건 수습과정에서 A씨를 도운 직장 동료에게 보복성 인사조치를 내린 점 등을 들어 르노삼성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소송을 제기한 후 르노삼성은 A씨의 소송을 도운 동료직원에 '근무시간에 자주 자리를 이탈한다'는 등 이유로 정직 1주일의 징계를 내렸다. 해당 동료직원은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실수로 회사 문서를 밖으로 가져갔는데 이에 대해 절도혐의로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A씨 역시 절도방조 혐의로 고소된 것은 물론이다.

르노삼성은 또 A씨를 종전의 전문 직무에서 배제해 일반 업무부서로 배치하기도 했다. A씨가 소송 관련 증언을 모으는 과정에서 다른 직원에게 강압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A씨 본인에 대한 견책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게다가 A씨의 성희롱 인사상담 사실은 르노삼성 인사팀 직원에 의해 외부로 유포되기까지 했다. 해당 인사팀 직원은 A씨에게 불리한 추측성 발언을 유포해 2차 피해가 확산되도록 했다.

1심은 가해자 B씨에 1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으면서도 르노삼성에 대한 A씨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부인한 것이다. 2심은 1심과 달리 회사의 사용자 책임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1심 판결 후 B씨가 배상금을 납부했기 때문에 회사의 책임은 더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A씨에 대한 인사처분이나 A씨를 도운 동료에 대한 징계처분 등에 대해서는 회사의 조치가 정당했다고 봤다.

상고심에서는 성희롱 피해자인 A씨 및 A씨를 도운 동료에 대한 회사의 처분이 부당한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내 성희롱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에게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사전예방 의무와 사후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 뿐 아니라 성희롱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도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되고 그 위반자는 처벌을 받는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피해자를 적극 보호해 피해를 구제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오히려 불리한 조치나 대우를 하기도 한다"며 "이같은 행위는 피해자가 문제를 덮어버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이상의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르노삼성은 A씨의 견책처분과 비슷한 사유를 들어 유사한 징계처분을 한 사례가 없고 유독 A씨에게만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견책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 대한 르노삼성의 징계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 동료에 대한 르노삼성의 징계 및 고소 등의 조치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동료가 자기 때문에 불리한 조치를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 다른 근로자들도 비슷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거나 그와 우호적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며 "피해자를 도와준 동료에게 회사가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주가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원심은 르노삼성이 A씨를 도운 동료 직원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정직처분을 한 경위와 그 후의 경과, 르노삼성의 고의나 의도, 그로 인한 A씨의 불이익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동료 직원에 대한 정직처분이 A씨에게도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A씨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졌어야 했다"며 "이같은 심리를 하지 않은 원심의 조치에는 사용자의 피해자 등에 대한 보호의무와 민법상 불법행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관련조항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①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개정안(2018년 5월29일 시행)
①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해당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가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⑤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⑥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2.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
3.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4.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 차별이나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5. 직업능력 개발 및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의 제한
6.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ㆍ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
7. 그 밖에 신고를 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
⑦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업주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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