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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버지의 빚이 많아 불안한 당신에게

[the L] [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 처음 사실을 알았을 때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호흡이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자식들에게 알리지 못한 빚이 있었습니다. 자식들이 평생 소처럼 일해도 갚지 못할 금액입니다. 

아버지는 최근 암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큰아들과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자식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아버지는 병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건지, 아니면 자식들에게 미리 대비를 하도록 하려는 것인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채무에 대해 털어 놓았습니다. 

아버지의 빚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자식들은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채권자와 자신들 간에 선을 명확히 긋고 싶습니다. 자녀들 중 일부는 아버지의 빚을 갚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큰아들은 미리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받고 싶어 합니다.

아버지가 거액의 빚을 지고 있는 경우, 자식들은 난감하기만 합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려왔을 아버지가 안쓰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어떤 피해가 올지 두려워합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어디에 말도 못하고 끙끙 속병을 앓기도 합니다. 

우리 법상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는 방법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 있습니다. 그럼 아버지가 살아 계신데, 아버지의 빚을 물려받지 않겠다는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자식이 상속을 받는 것을 법률용어로는 ‘상속이 개시’되었다는 표현을 씁니다. 어감이 좀 이상하기는 한데, ‘아버지의 사망’이라는 사건을 오직 상속이라는 측면에서만 포착한 용어입니다. 우리 법에 따르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이후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빚을 물려받지 않기 위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미리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장기간 해외 거주로 인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시 해외에서는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할 수 없어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닐까요?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상속포기, 한정승인이 가능합니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좀 복잡해질 뿐, 절차를 진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설사 다른 가족과의 연락이 끊겨,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상속의 개시)을 모르고 3개월이 지났더라도,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가 가능합니다. 

자식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신들의 채무를 자꾸 자녀들에게 숨기려고만 합니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자식들이 부모의 부채규모를 대강이나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가 가능한 ‘상속개시를 안 날로 부터 3개월’이라는 기한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허둥지둥하다 3개월이 금방 지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이 자신의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채무내역을 알리고 미리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부모가 자녀들에게 할 수 있는 배려입니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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