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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집안 땅 몰래 맡기고 돈 빌린 뒤 아예 팔아치우면

[the L] 대법 "근저당과 매각, 각각 별도의 횡령죄 될 수 있어"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횡령죄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불법적으로 가로채거나 원래 주인에게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의 대표이사 등 임원이 회삿돈을 원래 규정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전용하는 경우 등에 이 혐의가 적용된다.

통상 한차례의 횡령으로 '훼손'된 재산권에 대해선 추가의 처분행위가 있다더라도 원칙적으로는 별도의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후행 처분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2013년 2월21일 선고, 2010도10500)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종중회의 총무로 재직하던 중인 1995년 10월 경기 파주 소재 약 4700㎡(약 1420평) 규모의 종중 땅을 명의신탁 받아 관리하고 있었다. A씨는 명의신탁을 받은지 한 달이 지난 1995년 11월은 물론 2003년 4월에도 종중의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2150만원을 빌려 본인 명의의 빚을 갚는 데 썼다. 2009년 2월에는 아예 종중 땅을 1억9300만원에 3자에게 매각해 버렸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형법 제355조는 횡령 행위를 저지른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심에서 A씨는 본인이 종중 땅을 매각한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1995년과 2003년에 각각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 자치가 '횡령죄'를 구성하는데 이를 별도로 매각한 2009년의 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대법원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대법원 역시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전원합의체 판결로 진행된 상고심에서 다수의견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법익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성립하는 위험범"이라며 "일단 횡령죄가 기수(범행실현)에 이른 후 종국적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 새로운 처분행위가 이뤄졌을 때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 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인복·김신 대법관은 "불법영득 의사에 따른 횡령행위가 있을 경우 그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은 객체인 재물 전체에 미친다고 봐야 한다"며 "횡령죄가 성립한 후 재물의 보관자에 의한 새로운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별도의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이 발생할 수 없음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소수의견을 내놨다.

이상훈·김용덕 대법관 역시 "타인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선행 횡령행위로 부동산 전체에 대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성립하는 이상 해당 부동산 매각 등 후행 횡령행위는 이미 소유권 침해의 위험이 발생한 부동산 전체에 대해 다시 소유권 침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것에 불과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는 게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고 별도의 소수의견을 내놨다. 

◇관련조항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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