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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돈 못 갚으면 무조건 '사기죄'?

[the L] 대법 "채무불이행 피하려 노력했다면 사기죄 아냐"

/그래픽 = 임종철 디자이너

돈을 빌리고 갚지 않으면 채무자는 채권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민사상 책임을 진다. 이른바 채무불이행 책임이다.

그뿐이 아니다.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은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할 수 있다. 돈을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빌리고 갚지 못한 것은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돈을 빌렸음에도 이를 갚지 못했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채무자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2016년 6월9일 선고, 2015도18555)가 있어 소개한다.

한 건설사의 대표였던 A씨는 B씨의 회사로부터 2011년 11월부터 2012년 2월 하순까지 모처 주차장 공사에 필요한 철강재 1억5000만원어치를 공급받았다. A씨는 B씨에게 "공사를 완료한 후 자재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2012년 3월쯤 5000만원 가량을 현금으로 지급했을 뿐 나머지 1억원을 갚지 못했다. 설상가상 격으로 A씨의 회사는 그 해 7월 파산신고를 하고 결국 파산선고를 받게 됐다.

검찰은 "공사를 완료한 후 자재 대금을 지급하겠다"던 A씨의 약속이 거짓말이라고 보고 2014년 말 A씨를 사기죄로 재판에 넘겼다. 돈을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A씨가 B씨를 속여 1억원 상당의 이익을 가로챘다는 판단에서였다. 

형법은 "사람을 속여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5년 6월 1심과 같은 해 11월 2심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사기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6월 원심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기업 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인식했다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실제 계약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면 사기죄 성립에 필수적 요소인 '고의'가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또 "기업 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가 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서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A씨)과 피해자(B씨)의 거래 관계, 당시 피고인 회사의 사업수행 상황, 계약의 체결과 이행과정, 피해자의 직업과 경험, 범행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거래 당시 자재 대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에 관해 피해자를 속였다거나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은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와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한편 A씨의 사건은 원심법원에서 새로 심리가 진행됐다. 원심법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관련조항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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