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3부는 15일 부산 스폰서 판사 법조비리 은폐 의혹과 관련해 문 전 판사와 건설업자 정모씨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업무 일지 등을 확보했다.

문 판사는 정씨에게서 향응을 제공받고, 정씨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자 해당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같은 정황은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부산지역 건설업자의 뇌물 사건 항소심에 개입을 검토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이 문건은 2016년 6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작성한 것으로 정씨의 항소심 진행 중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이 문 판사 비위 사실을 외부로 유출할 우려가 있으니 종결된 변론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씨는 문건 내용대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례적으로 법정구속되지 않은 채 풀려났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문 전 판사의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징계에 소극적이고 이를 축소은폐하려했던 배경에 문 전 판사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친분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이 다른 전·현직 판사들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은 '문 전 판사의 행위나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들이 재판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에 검찰은 부당한 영장 기각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문 전 판사의 향응수수 등 심각한 비위를 알고도 감사관련 규정을 어기고 조치하지 않다가, 1년이 지나 언론 취재 이후 사태의 전모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인을 동원해 언론 보도를 막았다"며 "항소심이라도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부산고법 항소심 재판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 이미 선고일이 정해졌던 부산고법 재판이 문건 내용 그대로 실제로 변론재개되어 진행된 사실 등이 확인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예단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