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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을 상대로 4급 이상 퇴직 공무원들을 채용하도록 압박하는 데 관여한 공정거래위원회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정재찬·노대래·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학현·신영선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을 업무방해와 공직자윤리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가운데 정 전 위원장과 김·신 전 부위원장은 구속기소, 나머지는 불구속기소됐다.
이들은 20대 대기업 중 16곳을 압박, 퇴직 후 재취업이 곤란한 4급 이상 공무원 18명을 채용하도록 종용해 민간 기업의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업무 관련 기업 및 협회에 취업한 혐의(공직자윤리법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부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이 임박했으나 퇴직 후 독자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워 퇴직을 거부하고 있는 이른바 '고참·고령자'에 대한 퇴직 유인책으로 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퇴직 관리 방안'을 위원회 차원에서 마련했다.
공정위 부위원장과 운영지원과장들은 방안 시행을 위해 기업들을 접촉해 공정위 퇴직자의 일자리 마련을 종용했다. 예컨대 백화점의 경우 자리를 청탁하고, 요청이 거절되면 고위층을 연결해달라고 요구해 "다른 백화점들은 다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왜 너희만 이러느냐"고 불이익을 줄 것처럼 압박했다. 연락은 백화점을 담당하는 유통거래과에서 하는 식이었다. 공정위는 이처럼 퇴직자들을 채용할 기업은 물론 △채용시기 △채용기간 △급여 및 처우 △해당 인물 퇴임시 후임자까지 사실상 결정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기업에 취업한 공정위 퇴직자들은 실질적인 역할 없이 임원 대우를 받으며 최고 3억5000만원에 이르는 억대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수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취업자들이 받은 돈은 76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업에 재취업한 퇴직자들이 공무원 정년 이후까지도 기업에 재직하면서 퇴직을 거부하는 일이 잦아지고 '후임자가 갈 자리'가 마련되지 않자 공정위는 기업에 "공무원 정년을 넘긴 사람에 대하여는 더 이상 연장계약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기획해 하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 간부들은 검찰에 소환돼 "국세청 등 다른 기관들도 전부 하고 있는 일"이라고 변명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기존의 채용 비리 사건들은 대부분 유력 정치인이나 관료 개인의 일탈인 반면, 본건은 국가 권력기관 자체가 조직적으로 채용 비리를 양산한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공정위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만든 것은 '바람직한 퇴직문화 조성을 위한 퇴직 관리 방안 검토' 문건을 작성한 2009년부터로 보인다. 공소시효 안에 있는 이들만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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