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겨레 신소영 기자

'다스는 도대체 누구 것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횡령 사건을 맡은 1심 법원은 11년을 이어온 이 해묵은 질문에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5일 오후 뇌물·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약 83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이같은 법원 판단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다스와 삼성의 다스 소송 지원과 관련해 상당한 반박 물증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자로 본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설립자본금을 송금한 것이 아니라 입금했다는 물적 증거를 제시했는데, 송금이 됐다는 김성우 전 다스 대표이사의 말을 타당하다고 본 것에 대해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오는 9일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16개 혐의 중 무죄 판단을 받은 혐의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자금 수수 혐의, 다스의 미국 소송 지원과 차명재산 상속 관련 검토를 공무원들에게 시켜 권한을 남용한 혐의, 기업인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등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죄 부분 등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결국 다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중형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핵심은 다스가 누구 것인가였는데 이 전 대통령 측은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본 이상 징역 10년 이상의 형량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예상보다 형량은 무겁게 나온 것 가다"며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 전 대통령인 것으로 명확히 드러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이 뇌물로 인정된 만큼 삼성이 어떤 목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인지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