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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스1 |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34일만에 석방됐다. 항소심(2심) 재판부는 핵심 혐의인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못이겨 돈을 건넨 것이라는 주장이 주효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명시적이진 않더라도 묵시적으로 부정청탁을 주고받은 것은 맞다고 봤다.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도움을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K스포츠재단 70억 지원금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을 단순한 뇌물공여 범죄자로 보고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봤다.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를 재취득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먼저 로비를 벌인 것도 아니고, 청와대에 불려간 자리에서 요구를 받고 어쩔 수 없이 결정한 일이기도 하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수뢰자의 적극 요구에 공여자가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에 해당한다. 더욱이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였고, 요구도 가벼운 제안이나 요청이 아니라 불응 할 경우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신 회장이 70억원을 지원한 것은 이런 두려움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수뢰자의 강요로 인해 의사결정 행위가 제한된 상태에서 지원금을 건넨 경우에 대해 뇌물공여의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자유의사에 대해 임의로 뇌물을 건넨 경우와 다르게 봐야 한다"며 "실제로 공갈이나 강요의 피해자인 사람이 뇌물공여자로 기소돼 처벌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 말고도 여러 기업들과 접촉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약속을 받아낸 점 △신 회장이 K스포츠재단의 실체나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고 지원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점 △실제로 면세점 정책 집행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특혜를 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는 점도 참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 하나만으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와 별도로 진행 중이던 1000억원대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서는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에서는 두 사건이 합쳐졌다.
재판부는 "두 개의 사건을 병합해 하나의 판결을 선고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의 가능성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법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와 법리만을 고려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재계 5위 기업 집단의 재벌 총수와 총수일가라는 점, 이 재판의 결과가 롯데그룹의 기업활동이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롯데그룹의 지배권 내지 경영권 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은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되고 고려할 사정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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