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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70·사법연수원 2기)을 향한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61·12기)과 고영한 전 대법관(63·11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다.
일각에선 '방탄판사단의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온다. 만약 검찰이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확보에 끝내 실패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까지 이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종헌 진술 거부에 법원 "공모 여부 의문"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의 임민성 부장판사(47·28기)와 명재권 부장판사(51·27기)는 이날 새벽 각각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직권남용 등 사법농단 혐의와 관련,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과의 공모 여부에 의문이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임 전 차장이 두 전직 대법관의 지시·보고 등 공모 여부에 대해 검찰에 진술을 거부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박 전 대법관은 영장 기각 결정 후 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에 "재판부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울구치소에서 뒤이어 나온 고 전 대법관은 "추위에 고생이 많다"는 말만 남긴 채 차량에 올랐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영장 기각 직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며 "하급자인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상급자들인 박·고 전 처장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양승태 前대법원장 수사 계획에 차질
당초 검찰은 전직 법원행정처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추가 조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개입 등 사법농단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영장 기각으로 이 같은 수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이달 중으로 예상됐던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의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보완 수사를 거쳐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보완수사가 이뤄질 경우 두 전직 대법관과 양 전 대법관, 임 전 차장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당초 법조계 일각에선 법리적으로 직권남용 혐의의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에 이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고 전 대법관은 그의 뒤를 이어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양 전 대법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관련 재판 등에 개입하고, 상고법원 도입 등 당시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부당하게 사찰했다고 의심 받는다.
한 전직 검사장은 "지금 검찰의 수사 방향이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며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고 남은 건 구속기소냐, 불구속기소냐의 문제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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