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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무단횡단하던 보행자 사망…운전자 실형 아닌 벌금 300만원, 왜?

[백인성의 주말법률사무소] 저녁 늦게 중앙선 1차로 거꾸로 걸어와…피고 유죄 인정했지만 사실상 불처벌

편집자주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주말마다 지면 위에 조그만 법률사무소를 열어봅니다. 조금이나마 우리네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보행자가 중앙선을 따라 도로 한가운데를 역방향으로 걷다 과속하던 차량에 치여 사망한 경우, 차량 운전자는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요. 지난달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이같은 사건에 대해 대단히 낮은 형량을 선고한 하급심 결과가 나와 전해드립니다.

트럭을 운전하던 A씨는 저녁 늦게 제한속도 60km/h 구간 왕복 5차로 중 1차로를 시속 90km로 달리던 중, 1차로를 무단 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해 교통사고특례법위반죄로 기소됐습니다. 

제한속도를 20km 초과해 과속하다 인명사고를 내는 경우는 현행 교통사고특례법상 규정된 11대 중과실에 해당됩니다. 특히 검찰은 과속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경우 단순 사망사고와 달리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고 있고, 피해자와 피고인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제로 구형뿐만 아니라 일반 과속사고보다 구속 및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 역시 월등히 높습니다.

그런데 이 사안은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하는 일반적인 사안이 아니라, 보행자가 '중앙선을 따라 도로 한가운데를 역방향으로 걸어오다' A씨의 트럭에 치어 사망하게 된 이례적인 사안이었습니다. 보행자의 혈중알콜농도는 맥주 반 잔 정도를 마신 상태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는 A씨가 제한속도를 넘는 과속을 해 과실이 명백한 만큼 금고 1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습니다.

반면 A씨는 당시 시속 90km로 과속했다는 사실관계 등은 인정했지만, 만약 제한속도를 준수했다 하더라도 예견가능성이나 회피 가능성이 없어 사고가 그대로 일어났을 것이란 주장을 폈습니다. 또 대법원이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일반적인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사고와 달리 5회에 걸쳐 공판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선 쌍방간 증인신문과 사실조회 및 국과수 감정 등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사고를 예견하기 힘들었던 당시 정황이나 피고인에 대한 처벌 필요성, 일반적인 법감정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려 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종적으로 의정부지방법원은 "A씨가 제한속도를 지켜 운전했더라면 피해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거나 적어도 감속이 된 상태로 충격해 사망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300만원의 벌금이라는 낮은 형을 선고하고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교특법상 중과실로 인한 사망사고임에도 이례적으로 낮은 처벌 수위입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가 야간에 가로등도 많지 않고 인적이 드문 왕복 5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한 과실이 큰 점(증언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는 중앙선 부근 1차로를 걷고 있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유족과 합의한 점, 피고인이 비록 법적으로는 과실을 부인하는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진술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 동종 전과 없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덕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A씨가 과속을 해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이 명백한 이상 무죄를 선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사실상 처벌을 하지 않는 절충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검사는 이달 21일 항소이유서를 제출했고, 판결은 의정부지방법원 항소심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상급심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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