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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만 키우겠다" 고집하다 양육권 뺏긴 엄마, 왜?

[백인성의 주말법률사무소] 가정법원 "아이들 분리해 양육하면 아이 성장에 방해"…다같이 키우겠다는 남편에게 양육권 넘겨

편집자주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해드립니다. 격주 주말마다 지면 위에 조그만 법률사무소를 열어봅니다. 조금이나마 우리네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가정법원이 '싫어하는' 것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한 자녀는 일방이, 다른 한 자녀는 다른 일방이 키우는 '분리양육'입니다. 물론 이혼 당사자들이 분리양육을 합의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당사자간 합의가 없는 경우 가정법원은 분리양육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져 양육되기보다 함께 양육되는 편이 부모의 이혼으로 생길 수 있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고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가정법원은 이 외에도 엄마가 키우던 아이를 이혼 후 아빠가 키우도록 만드는 것처럼, 기존에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부모 중 일방의 양육권을 다른 쪽으로 넘기는 것도 되도록 지양하는 추세입니다. 쌍방 합의가 없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일방이 계속해서 양육하길 원하는 경우 대부분 현재 상태를 유지합니다. 아이들의 복리를 고려하면 양육하고 있는 쪽이 이혼 후에도 계속해서 키우는 게 환경변화가 적어 아동의 심신 안정 측면에서 더 낫다는 게 가정법원의 태도입니다.

그렇다면 부모 중 아이들을 키워온 쪽이 끝까지 분리양육을 고집할 경우, 쌍방의 합의가 없다면 가정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분리양육도, 이혼 후 양육권을 다른 쪽에 넘기는 것도 둘 다 지양해온 법원으로선 고민해볼 만합니다.

모든 하급심 경향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분위기를 가늠할 만한 판결은 있습니다. 기존에 자녀를 키우던 엄마가 "큰 아이만 키우겠다"며 분리양육을 주장하다 아빠에게 양육권을 빼앗긴 이례적 판결이 나와 소개해드립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은 아내가 이혼을 청구하며 경제적인 상황 등으로 "큰 아이만 키우겠다"며 분리양육을 주장한 반면, 별거중인 남편이 아이들을 모두 키우겠다고 하자 아내가 지금까지 아이들을 키워왔음에도 이혼 후 아이들의 양육자로 남편을 지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면, 아내 A씨와 남편 B씨는 2009년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 둘을 낳았습니다. 이들은 혼인 후 B씨의 부모가 마련해 준 전셋집에서 생활하다가 첫재 아이를 출산한 후 육아 등의 문제로 B씨 부모 집으로 이사해 아이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A씨는 자신의 급여에 남편이 주는 생활비에 B씨의 어머니가 보태주는 월 100만 원 가량의 돈으로 생활했습니다. A씨는 생활비에 부담을 느껴 B씨에게 경제적인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A씨는 "집안이 어려워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고 계속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보살피게 됐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B씨는 "너무 돈에 집착한다"는 식으로 반응하면서 불화가 계속됐습니다. A씨는 2016년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처가로 가 별거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A씨와 B씨는 이혼해달라며 서로 소송을 냈고, 가정법원은 "양쪽 모두 이혼을 원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둘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할 것이고, 혼인 파탄의 원인은 경제적인 불만을 계속 표시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 별거상태를 야기한 A씨에게도 책임이 있으나 근본적인 책임은 혼인을 해 가정을 이루었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제대로 가족을 보살피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모와 사이에서 분란을 일으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B씨에게 있다"며 "B씨의 보다 더 큰 잘못으로 파탄에 이른 이상 (A씨에게) 800만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아이들을 누가 키우느냐였습니다. 당시 A씨는 "큰 아이는 양육할 수 있으나 작은 아이는 양육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습니다. 법원은 1년 가까이 재판을 끌면서 A씨가 기존처럼 아이들을 함께 키우도록 설득했지만 A씨는 끝까지 분리양육을 고집했습니다. 법원은 결국 아이들의 양육권을 A씨로부터 B씨로 넘기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B씨가 혼인기간 중 다소 무책임한 면을 보여주기는 하였으나 부모가 이혼해 한쪽 부모와만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마저 분리해 양육자를 각각 지정하는 것은 원만한 성장에 방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아이들의 관계가 서로 친밀하지 못하다거나 하는 등 분리양육의 필요성도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아이들의 친권자로는 A씨와 B씨를 공동으로 지정하고, 양육자로는 B씨를 지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은 아울러 "아이들이 아직 어린 아이들로 엄마인 A씨의 보살핌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별거한 후로 A씨와 생활하고 있는 점은 인정되나, A씨와 아이들의 양육을 도와주고 있는 A씨의 어머니가 분리양육을 주장하는 점, 반면 B씨가 2016년경부터 아이들과 떨어져 지냈으나 소송계속 중에는 꾸준히 아이들을 만나왔고 아이들 역시 여전히 B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B씨의 부모가 아이들 모두의 양육을 책임지고 도와주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 실제로 A씨가 사건본인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기 전까지는 B씨의 어머니가 원고를 도와 사건본인들을 양육해 왔던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민지 변호사는 "아내가 남편과 별거 중이고 현재(재판 당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으나 경제적인 상황 등으로 아이들을 모두 양육하기가 어려워 분리양육을 주장하고, 남편이 아이들을 모두 양육하길 원하자 양육자로 남편을 지정한다는 판결"이라며 "기존에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자가 이혼을 한 후에도 아이들을 계속 양육하길 원한다면, 나머지 일방이 아이들을 양육하길 원하더라도 현재의 양육자가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이 되는 경향에 비춰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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