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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바른, 규모경쟁 중단 선언 "법률서비스 단가 '거품' 빼겠다"

[the L][로펌 신임 경영대표 인터뷰] 박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박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 사진=김휘선 기자

"과거처럼 변호사 숫자를 늘리지 않을 것입니다. 고객에게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합리적인 단가에 제공하기 위해 외부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해 내실을 도모하겠습니다."

올해로 설립 21주년을 맞이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박철 경영대표변호사(60·사법연수원 14기·사진)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규모 경쟁'의 중단을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법률서비스 시장의 포화와 경쟁 격화로 그간 업계에서 상식처럼 자리 잡아 온 '대대익선'(大大益善) 경쟁을 멈추겠다는 것이다. '변호사 증원= 법률서비스의 세분화·전문화'라는 공식을 깨겠다는 얘기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01년 4600명 선이던 변호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5800명을 웃돌았다. 로펌들 사이에서도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늘리려는 경쟁이 가열됐다. 처음에는 송무 대리를 주로 하던 로펌들이 기업 고객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각종 자문업에 진출했다.

자문의 영역도 조세·공정거래·노동·금융·지식재산권에서 최근에는 4차 산업까지 다양해졌다. 한 번 방문한 고객이 얼마나 많은 법률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원스톱 서비스'의 가능 여부는 대형로펌과 중소로펌을 가르는 기준이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는 해외 사무소를 얼마나 많이 뒀는지를 두고도 경쟁이 일기도 했다.

바른 역시 여느 대형로펌들과 마찬가지로 규모 경쟁에 참여해왔다. 2010년 110명 수준에서 지난해 한 때 2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커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시 190명 언저리 수준으로 규모가 줄었다. '외형보다는 내실', 올 1월 경영 대표로 취임한 박 대표 경영철학의 핵심이다.

"원스톱 서비스를 위해 변호사 숫자를 늘릴수록 비효율도 함께 커집니다. 고객들에게 청구하는 '리걸 피'(Legal Fee, 서비스 단가)도 높아집니다. 대기업들이 받는 것과 같은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더 넓은 고객군을 상대로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겠습니다."

기업 고객의 상시적 수요가 많은 노무·조세·지재권·공정거래 등 부문은 지금까지처럼 내부 역량을 강화하면서 대응하되, 관련한 특수 업무는 특허·세무·회계법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들이 풍부한 서비스를 좀 더 낮은 단가에 누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대형로펌들이 해왔던 것처럼 덩치만 키우는 전략으로는 '합리적 단가'와 '높은 품질'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외부와의 공고한 파트너십이 내부의 '인화'(人和)와 조화를 이뤄야만 박 대표의 철학이 현실화될 수 있다. 그는 "구성원 사이의 인화와 소통을 원활하게 유지해 조직 전체의 능력을 배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내부적으로는 배려와 협업을, 외부적으로는 공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바른의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철학이 그저 움츠리는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간 바른이 새로운 영역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온 덕분이다. 실제 바른은 지난해 '4차 산업혁명 대응팀' '블록체인 산업 지원팀' '스타트업 기업 지원팀'을 잇따라 발족시켰다.

올해에는 '식품 규제법팀'의 출범을 통해 새 시장 개척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한국의 식품산업이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확장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불합리한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기존 로펌들이 주목하지 않은 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연구를 계속해 왔고 그 성과가 이달 말쯤 책으로 발간돼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서비스라도 남들과 다르게 제공해야만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바른이 출범시킨 '북한투자팀'의 활동이 '바른 스타일'의 차별화의 사례로 꼽힌다. 박 대표는 "그간 대형로펌들은 북한투자에 대해 기존의 남북간 경제협력의 확장판 개념으로 접근해왔다"며 "후발주자인 바른은, 정부가 아닌 민간주도 북한사업이 주축이 될 때에 대비해왔다. 북한 투자 경험이 풍부한 중국·러시아 로펌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통해 우리 기업이 북한에 진출할 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바른이 발간한 '북한투자법 제해설' 책자 역시 이같은 차별화의 성과다. 박 대표는 "기존 대형로펌들이 간과한 영역을 우리가 찾아내 틈새를 노리는 게 주된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 사진=김휘선 기자

◇프로필
1959년 대구 출신인 박 대표는 대구 대건고, 서울대 법대를 거쳐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14기로 수료했다. 1988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하고 2010년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2006년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재임하던 시절 딸 명의로 임대 아파트에 살다가 법 위반으로 한 겨울에 쫓겨날 처지에 놓인 70대 노인을 구제하는 내용의 '아름다운 판결문'의 주인공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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