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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 위기 아닌 기회인 이유

[the L][장기홍 변호사의 자본시장과 法]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1976년, 미국 영화사들이 소니(Sony)의 비디오 녹화기술에 대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복제에 악용될 수 있는 소니의 비디오기기(VCR) 녹화기능이 영화사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다. 8년의 소송 끝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소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불법복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침해를 인정할 순 없다는 것이었다. 이른 바 '소니 판결'로 알려진 사건이다.

이후 영화산업은 위기를 맞았을까? 

소송 제기 당시 3%도 되지 않던 VCR 보급률은 1985년 14%까지 늘었지만, 영화사들이 우려하던 극장 관람객 감소는 없었다.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VCR 보급으로 ‘비디오 대여점’이 늘면서 2차 유통을 통한 영화사 수익은 박스오피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되었다. 소송 부담을 덜어낸 비디오 시장은 거침없이 팽창했고, 이는 할리우드가 다른 나라와 영화 산업의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흔히들 규범은 시장에 후행하고, 제도지체현상은 필연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변화한 제도가 시장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최근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 논의를 보며 1984년 소니 판결이 떠올랐다. 과세체계 개편은 국가 세수확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심도 깊은 검토가 필수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세수 이슈에 매몰된 근시안적인 접근은 곤란하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1%대의 예금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체 수준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자산관리와 노후대비를 위해 자본시장을 활용해야한다는 말에 솔깃하다가도 손익여부와 무관하게 세금이 부과된다는 말에 주춤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에겐 자기책임원칙을 금과옥조처럼 강조하면서, 손실을 입어도 꼬박꼬박 세금을 걷어가는 것을 공명정대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자본시장 과세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국제적 정합성이 떨어지는 자본시장 세제는 예전부터 국내증시의 주요한 저평가 원인으로 꼽혀왔다. 거래비용이 감소하고 효율성이 제고되면 유동성이 풍부해진 만큼 기업 자금조달이 원활해진다. 여기서 나오는 기업의 성장분과 증대된 소득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면, 지금보다 조세정의에도 부합하고, 납세에 대한 거부감도 덜할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 소니 판결을 내렸을 리는 없다. 다만, 우리는 제도변화로 인한 나비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할리우드가 중흥을 맞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장기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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