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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의 해상 경계구역 권한쟁의 심판 결정에서 고창군의 손을 들어줬다. 종전까지 관할권 획정의 기준이었던 '등거리 중간선'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지리상 자연 조건과 주민들의 생업·편의 등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최초의 결정으로 기록됐다.

헌재는 고창군과 부안군 사이의 해상경계를 획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안군의 공유수면 점용·사용료 부과처분 중 고창군 관할구역에 대해 이루어진 부분이 무효임을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두 지역 간 해상구역경계 분쟁은 한국해상풍력㈜이 2016년 고창군 구시포와 부안군 위도 앞바다 사이에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면서 이와 관련한 각종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생겼다. 고창군과 부안군은 전북 서해안을 해안선으로 두고 각각 남쪽과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고창군은 "쟁송해역인 구시포 앞바다는 공유수면 경계가 불문법상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섬이 아닌 육지 관할의 등거리중간선, 주소지 존재, 사무처리 편의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고창군이 구시포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부안군은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은 불문법적인 효력을 갖는다"며 "과거부터 일관되게 부안군이 관할해오던 구역"이라고 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인 부안군이 쟁송지역에서 공유수면 점용·사용 신고를 수리한 부분을 인정할 수 없어 각하하고 또 고창갯벌 경계에 대해서는 등고선을 중심으로 선의 아래쪽은 고창군, 북쪽은 부안군에 관할권이 있다"고 최종 결정했다. 특히 해상풍력단지가 조성하고 있는 구시포 앞바다의 관할권에 대해서 "부안군이 3차례에 걸쳐 부과처분한 공유수면 점용·사용료 부과처분은 모두 무효"라고 지적, 실질적으로 고창군의 입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헌재는 그간 양측이 주장했던 불문법상 해상경계에 주장에 대해 "양 지방자치단체·주민들 사이의 장기간 반복된 관행과 법적 확신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쟁송해역에 불문법상 해상경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불문법상 해상구역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그간 고창군과 부안군이 갈등을 빚어온 심원만과 곰소만의 경계가 확실하게 확정됐으며 구시포 앞바다의 해상풍력단지 해역도 고창군의 관할임이 분명히 밝혀졌다. 헌재의 최종 선고 결정에 따라 앞으로 80여㎞에 이르는 고창군의 해상자치권을 비롯해 해양수산 산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