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위원회가 낙동강변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물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데 검찰이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고 피의자 진술 번복에 대한 검증 절차 마련 등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위원장 김갑배, 이하 위원회)는 지난 8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으로부터 ‘낙동강변 살인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심의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시 신고를 접수받은 부산 북부경찰서는 부산지방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수사본부를 차리고 1990년 1월 4일경 현장검증을 시작으로 수개월 동안 사건을 수사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1년 10개월이 경과한 1991년 11월, 부산 사하경찰서는 공무원자격사칭 등으로 최인철, 장동익을 수사하던 중 최인철과 장동익으로부터 낙동강변 살인사건 및 수사기관에 신고되지 않았던 피해자 한모씨에 대한 특수강도 사건에 대한 자백을 받았고, 사건을 부산지검으로 송치했다. 부산지검은 최인철과 장동익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부분에 대한 확인 없이 경찰 조사 내용을 보완해 최인철과 장동익을 기소했다. 재판 후 최인철과 장동익은 각각 21년 이상을 복역한 후 출소했다. 최인철과 장동익은 이 사건 검찰 수사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조사단은 △최인철·장동익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 의혹 △피해자 한씨에 대한 범행은 실제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혹 △수사기록 일부 고의적으로 누락 혹은 은폐 의혹 △최인철·장동익의 자백진술과 객관적 증거가 불일치함에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 △기소 및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인들 진술에 대한 조작·은폐 의혹 등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조사단 조사결과 최인철과 장동익의 고문 피해 주장이 그 진술 내용이 매우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수사상황과도 일치하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한 최인철의 치아파절 및 팔 부위 통증, 부산 사하경찰서 유치장에 함께 있었던 수감자들의 목격진술, 해당 사건 고문피해 주장과 유사한 고문 피해 사례 존재 사실 등이 당사자들의 고문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봤다.

위원회는 피해자 한씨에 대한 특수강도 범행도 조작된 사건으로 판단했다. 조사단은 한씨의 피해진술에 모순점이 다수 존재했으며 부산 북부경찰서에서 작성된 것처럼 기록에 편철돼있는 '낙동강변로 발생 범행분석'이 복사본이며 작성자 및 작성일자를 알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출했다. 위원회는 또한 일부 기록에서 확인되는 부산 북부경찰서 초동수사 기록에 의한 참고인 진술 등의 수사결과물이 존재하지 않는 점 및 진술조서 조작 등 수사기록 일부가 고의적으로 누락·은폐됐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최인철과 장동익이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자백진술과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 사이의 모순점들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고, 이는 실체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근본원칙을 외면한 행동이라 판단했다.

위원회는 심의 결과를 토대로 △피의자 자백 번복 시 자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마련 △강력사건의 경우 중요증거물 보존 혹은 공소시효 만료시까지 보전 방안 마련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3항에 따라 작성한 수사기록목록의 진설승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 마련 및 이를 위반한 검사·수사관 징계절차 마련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