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원료를 공급한 것과 관련해 재수사를 받고 있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의 고위급 임원 박모씨, 이모씨, 양모씨, 정모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로 SK케미칼을 지난 12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SK의 혐의가 늘어났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환경부가 SK케미칼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에 배당하고 자료 확보와 관련자 소환을 검토 중이다. 형사2부는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물질을 만든 SK케미칼의 홍지호 전 대표와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을 구속한 바 있다.

이번 고발은 지난해 환경부 현장조사 땐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연구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SK케미칼이 올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해 은폐 혐의가 드러난 데에 따른 것이다.

2017년 시행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상 환경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업자, 피해자 및 유족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조사시 거짓된 자료, 물건을 제출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환경부가 이 조항에 따라 기업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가 환경부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1994년 당시의 '가습기살균제 흡입 독성 연구' 실험 결과다.

유공은 1994년 10~12월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이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흡입 독성 연구' 보고서에서 백혈구수 변화가 감지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고도 추가 검증없이 제품을 그대로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2016년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에 출석했던 SK케미칼 전현직 임원들을 수사망에 올려놓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 고발로 인해 검찰의 윗선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