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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분담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때 '체크카드로 써야 한다'는 식으로 법원이 지출방법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어 허용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사건에서 부부는 이혼하되 양육비는 아내, 자녀 명의로 된 체크카드로 지출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부부싸움 끝에 혼인관계가 파탄 난 A씨 부부는 이혼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 1심은 양육권은 아내가 갖고 남편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월 50만원,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월 70만원, 성인이 될 때까지 월 90만원을 양육비로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B씨는 물론 A씨도 양육비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A씨가 월 30만원, B씨가 월 50만원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양육비는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 부담하는 것"이라며 "부모 중 누가 친권을 행사하는 자인지 또 누가 양육권자이고 현실로 양육하고 있는 자인지를 물을 것 없이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심은 자녀와 A씨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두 사람이 매달 이 계좌에 매달 양육비를 넣으라고 판결했다. 국가·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하는 양육수당·아동수당도 이 계좌로 받으라고 했다.

A씨는 이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로 양육비를 쓰고, 분기마다 B씨에게 지출 내역을 알려주라고 했다. 양육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양육비를 모으고 쓰는 방식까지 제한한 것은 지나친 간섭일 수 있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과 같이 양육비의 사용방법을 특정하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건본인을 양육할 원고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A씨와 B씨가 양육비 사용법을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좌 내역을 공개하게 하는 것은 추가 분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2심이 A씨도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액수까지 정해준 점에 대해서도 "가정법원으로서는 자녀의 양육비 중 양육자가 부담해야 할 양육비를 제외하고 상대방이 분담해야 할 적정 금액의 양육비만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시 판단해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