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3·5 법칙'이 적용돼선 안 된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3·5 법칙은 재벌총수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끝난다는 뜻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성과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재판부 방침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3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5명의 파기환송심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정식 공판절차로 이 부회장은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을 엄벌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겠다면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팀은 "시대 변화에 따라 경제적 권력이 (정치권력보다) 우월적이거나 최소한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며 "다른 재벌그룹들의 오너는 몰라도 재계서열 1위인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는 한쪽이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윈윈'의 대등한 지위에 있음이 명백히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그간 재판부가 지나치게 관용적 판결을 했다는 일반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여 처벌을 강화하는 양형기준제가 도입됐다"며 "이러한 기준이 아닌 3·5법칙을 적용한다면 특권층을 인정해 헌법상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평등의 원리를 형해화하는 중대한 위헌·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개 삼성물산의 회계직원은 10억원을 횡령한 범행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이 부회장에게 이 회계직원보다 낮은 형이 선고된다면 이는 그 어떤 누가봐도 평등하지 못하다. 법치주의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특검은 "피고인들은 본 파기환송심 변론 과정에서 대법원 확정사실과는 다른 수동적 뇌물공여 등의 허위 주장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진지한 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제도와 관련된 양형 심리의 진정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측은 최서원씨(옛 이름 최순실씨)의 존재조차 몰랐다면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현안 청탁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뇌물을 건넸다는 특검 측 주장을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 부회장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배후에 최서원씨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 조카인 장시호씨와 가까운 이규혁씨도 장씨와 최씨가 가족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진술한 점을 강조하면서 "이 부회장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내부사정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영재센터는 최씨가 삼성그룹에서 뇌물을 받는 창구로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