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77)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김재영·송혜영·조중래)는 18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지위를 이용해 가사도우미나 비서를 강제로 추행하고 간음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사건 이후 미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고령이고 피해자들과 합의 한 점, 성폭력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대부분의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모든 양형 자료를 참작하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 전 회장은 2016년부터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2017년 2월부터는 비서를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2018년 1월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가사도우미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을 치료한다며 미국으로 떠났다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귀국을 미루다가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지는 등 압박이 커지자 약 2년 2개월 만에 귀국했고, 공항에서 바로 체포돼 구속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에게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가 책무를 망각하고 피해자들을 추행·간음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그러자 검찰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상당 기간 범행을 지속했다"며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