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이지헤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가상의 처방전을 꾸며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발기부전 치료제 1300정을 처방한 의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몰래 받아 되팔려던 제약사 영업사원 B씨에게 치료제 1300정을 불법 처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가상의 인물에게 치료제를 처방해주는 것처럼 가짜 처방전을 만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영업사원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의사 A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A씨에게 적용된 의료법 조항이 처방전에 환자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거짓 내용을 작성하지 말라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처럼 가상의 인물 앞으로 처방전을 끊어준 행위는 '환자의 건강상태와 관련한 거짓 내용'을 담은 문서로 볼 수 없으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예를 들자면 해당 조항은 보험사기를 노리는 '나이롱 환자' 등에게 허위·과장 진단서를 끊어주지 말라는 내용이므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물에게 진단서를 끊어준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A씨에게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의료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의사는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된 작성 상대방으로서의 환자와 교부 상대방으로서의 환자를 모두 직접 진찰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진찰이 전제되지 않은 채 처방전을 발급한 이상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