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전업주부 김모씨(37)는 최근 접한 '상테크'에 열심이다. 상품권을 이용한 재테크를 줄인 말이다. 준비물은 종잣돈 100만원과 포인트 적립, 캐시백 등 현금성 혜택이 빵빵한 체크카드다.

시작은 온라인쇼핑몰이다. 가끔 5만원, 10만원권 백화점상품권을 할인가로 판매하는 거래가 뜬다. 10만원권을 3.5% 할인해주는 거래가 떴다고 가정하고 96만5000원으로 10장을 샀다고 하자. 그러면 백화점 상품권 교환처에서 10만원짜리 상품권 10장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품권 10장을 상품권 거래소에 판매한다. 이때 3% 안팎으로 수수료를 떼이는데, 수수료는 매일 변동된다고 한다. 3%라고 가정하면 97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 상품권 100만원 거래로 5000원 이득을 보는 것이다.

5000원 이득 보자고 이렇게 귀찮은 일까지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상테크 핵심은 이 5000원이 아니다. 처음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권을 거래할 때 체크카드를 이용하고 혜택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액의 1%만 포인트로 적립받아도 약 1만원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캐시백 등 거래실적에 따른 현금성 혜택까지 더하면 이득은 더 커진다. 이미 재테크 '오카방'(카카오톡 공개대화방) 같은 곳에서 상테크에 최적화된 카드목록이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상테커'들의 관심사는 세금이다. 탈세로 찍혀 세무조사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달에 2~3만원씩 소소하게 체크카드 혜택을 챙기려다 된서리를 맞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상테크 세무조사'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테크가 불법이냐", "상테크 하다가 세무조사 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현행법상 상테크로 발생한 이득에 대해 과세할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세무 전문 변호사는 "포인트 적립 등 혜택도 사업 관련성이 있는 경우라면 이익으로 잡혀서 수입금액으로 처리되겠지만, 일반 개인들이 상테크로 체크카드 혜택을 보는 것은 과세할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남형 세무사(김남형 세무회계)도 "거래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이 개인적, 단발적으로 거래하는 경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테크 외에 각종 이벤트 참여, 광고영상 시청, 개인정보 제공을 대가로 한 포인트 적립도 인기다. 한 번 참여에 적게는 1포인트에서 30, 40포인트까지 적립이 된다. 활용성이 좋은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인기가 높다고 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인트 받아가라'며 이벤트에 참여하고 포인트를 얻어갈 수 있는 페이지 주소를 공유하는 글이 적잖게 게시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를 '사이버 폐지줍기'라며 희화화하고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20원, 30원씩 주우러 다니는 모습이 폐지줍기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김모씨(34)는 "20원, 30원씩 모아도 금방 2000원, 3000원이 된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 택배비 아낄 수 있는 정도는 되고 더 모으면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다"며 "시간 날때마다 열심히 사이버 폐지줍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