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을 함께 지내온 아내를 둔기로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한 70대 남성에 대해 중형이 확정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3)의 상고심에서 A씨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사실관계나 법리를 오해한 면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2월8일 새벽 아내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A씨는 술에 취해 귀가해 B씨에게 '당신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1000만원을 대출받아달라'고 말했지만 거절당했고, 두 사람 사이 말다툼과 몸싸움이 일어났다.

B씨는 다툼을 피하고자 안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베란다 수납장에서 둔기를 들고 와 열쇠로 방문을 열고 B씨 머리를 둔기로 30여회 때려 숨지게 했다.

A씨는 1973년 B씨와 결혼해 50여년간 부부 생활을 이어왔다. A씨는 수십 년 전부터 술에 취하면 B씨를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식당 일을 하며 돈을 모은 B씨와 달리 A씨는 이따금 일용직 노동을 하는 것 외에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지 못하고 자녀들이 아내랑만 교류하는 것에 열등감을 느꼈다.

A씨는 2020년 B씨를 숨지게 하겠다며 라이터로 장롱에 있던 옷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듬해 5월 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는데, 집행유예 기간 중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