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계동 사옥./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겠다며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억대 금품을 살포했다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경훈 판사는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 법인에 대해 23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 당시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유모 전 전무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진모 전 상무보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전모 전 도시정비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사회봉사 80~120시간도 각각 부과했다.

재판부는 금품 살포를 대행한 부동산 홍보업체 3곳 법인에 각각 벌금 1000만원, 전현직 홍보업체 임직원 80여명에게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 200만~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홍보업체 대표에게는 징역 8개월 실형을 내렸다.

현대건설 등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의 2017년 9월 총회 현장투표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1억4000만여원어치 금품을 130차례에 걸쳐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투표에서 현대건설은 GS건설을 꺾고 조합의 공동사업자로 선정됐다.

도시정비법에는 재건축 시공사·설계사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약속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정에서 피고인들은 "시공사가 아니라 공동사업자 선정을 위해 금품을 돌린 것이니 처벌대상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택했다. 재판부는 "공동사업자를 시공사로 간주하는 게 타당하고 이를 법률의 유추해석·확장해석으로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한편 전 전 팀장은 조합원 설명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되면 이사비 7000만원을 지급하거나 무이자로 5억원을 대여하겠다"고 공약했다가 금품을 약속한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금품 공약이 사건 당시 법률로 금지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