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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근 SK 이노베이션 회장./ 사진=뉴스1 |
김창근 SK 이노베이션 회장이 기업 현안을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청와대에서 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 요구를 받은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 진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 측에서 제시한 자신의 수첩 내용을 보고 이같이 진술했다. 김 회장은 SK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인물로, 2015년 7월 수감 중이던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하기도 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김 회장의 수첩 중 2015년 2월16일 자 기록을 보면 '17시'라고 적혀있었다. 최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 시각이다. 그 옆엔 '헬로비전', 'W/H', '수석 ER' 등 내용이 적혀있었다.
김 회장은 헬로비전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W/H는 SK 워커힐호텔의 면세접 사업권 재취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석 ER은 수감 중이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얼리 릴리즈'(Early Release), 즉 조기 석방을 뜻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최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마치고 김영태 부회장에게 면담 내용을 설명했고, 증인(김 회장)은 김 부회장으로부터 그 내용을 전해들은 뒤 수첩에 적은 것이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긍정했다.
이어 검찰이 "결국 최 회장이 16일 단독 면담에서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 재취득, 최 수석부회장의 조기 석방을 건의한 사실이 명백한데 어떤가"라고 묻자 잠시 침묵하다 "예"라고 인정했다.
김 회장은 독대 후 K스포츠재단 쪽과 직접 다리를 놔준 것도 청와대였다고 밝혔다. 독대가 있은 지 며칠 뒤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SK 측에 연락했고, 안 전 수석의 보좌관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와 더블루K 관련 서류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서류를 받고 (K스포츠재단 측에) 바로 전화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경제수석으로부터 받은 내용이라 바로 전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정현식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이 SK를 찾아와 89억원 지원을 요구하게 된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최종적으로 지원을 요구한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안 전 수석이 혼자 달라고 했겠느냐"며 "그 뒤에 있는 누군가. 이름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누군가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법정에서 검찰이 "'누군가'는 누군지 아직도 말할 수 없느냐"고 묻자 "예"라고 말했다.
검찰이 "결국 K스포츠재단이 SK그룹에 돈을 요구한 것은 박 전 대통령에게 건의한 기업 현안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어떤가"라고 추궁하자 김 회장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렇게 짐작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후에도 김 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청탁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며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구는 사실상 청와대가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SK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은 협상 중 무산됐다. K스포츠재단 측에서 출연금 중 상당액을 최씨의 독일 회사인 비덱스포츠로 곧바로 송금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SK 측에서 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K스포츠재단에 30억원을 더 출연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으나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SK 사이에 부정청탁이 오고간 것으로 보고 89억원 요구 행위를 뇌물 혐의에 포함시켜 기소했다. 다만 지원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해 최 회장은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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