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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됐을 48일 [김효정의 검찰聽(청)]

편집자주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서울=뉴스1) = 1조6000억원대의 환매 사태를 부른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갔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피고인 김봉현이 오후 1시30분쯤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2년 9월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뉴스1 DB) 2022.11.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력해서 도주범을 잡은 건 잘 된 일이지요. 하지만 하지 않았어도 될 일에 인력과 시간이 투입된 것 아닙니까."

결심 공판 직전 전자장치를 끊고 달아난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주 48일만에 검거된 뒤 검찰 내부 반응이 안도와 칭찬 일색은 아니었다. 법원이 김 전 회장 도주 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나 보석 취소를 받아줬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에 수사력이 투입됐다는 안타까움이 적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지난해 12월29일 오후 4시쯤 경기 화성시 소재 아파트에 은신해 있던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남부지검은 검거 2시간30분만인 오후 6시30분 브리핑을 열고 도주 직후 수사 과정과 검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안이 중요하고 국민 관심이 높은 만큼 이원석 검찰총장이 발빠른 브리핑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등 1000억여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2020년 5월 구속 기소됐다가 2021년 7월 법원이 보증금 3억원 납입과 손목시계형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추가 혐의를 확인하는 한편 도주 시도 정황도 포착해 3차례 신병확보를 시도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가로막혔다. 지난 9월과 10월 91억원대 추가 사기 혐의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김 전 회장이 밀항을 위해 대포폰을 확보했다는 근거로 통신영장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회장이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하고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지난 10월26일에는 김 전 회장이 중국 밀항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부자 진술을 확보하고 서울남부지법에 보석 취소를 신청했다. 법원이 보석 취소 여부를 고민하는 사이 김 전 회장은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법원은 지난달 11일 김 전 회장이 도주하자 그제야 보석을 취소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의 도주와 검거 과정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유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일선 청의 인력도 부족한데 다른 주요 사건과 민생 사건을 처리해야 할 인력과 시간이 김봉현을 잡는 데 집중됐다"며 "검찰의 주장이 제때 받아들여져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했으면 48일 동안 그 인력이 다른 사건을 해결할 수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애초에 김 전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얘기도 다시 불거진다. 김 전 회장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으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당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며 김 전 회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은 불구속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피고인 방어권 행사 보장을 위해 무분별한 영장 발부를 지양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익에 부합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 검찰의 아쉬움에는 법원의 재량적 판단으로 인한 부작용이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뜻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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