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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검사들이 선배들 탄핵 당하는 것 보고 짐 쌉니다"[박다영의 검찰聽]

편집자주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누가 검사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후배 검사들이 선배들 탄핵(소추) 당하는 걸 보고 줄줄이 짐을 쌉니다."

7일 한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인사 수사를 맡은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자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저연차 검사의 동요가 크다고 한다. 수도권 지역 한 부장검사는 "검사는 밀행성이 필요한 수사를 하는 사람들인데 탄핵으로 '좌표'가 찍히면 이름과 얼굴, 신상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이라며 "후배들 사이에서 '몇 달 간 잠도 못 자고 수사해서 직무정지되면 누가 수사하려 하겠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국회의 검사 탄핵소추가 처음은 아니지만 검찰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개인 비리 의혹이 아니라 정치권 인사에 대한 수사 방식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지난 4·10 총선에서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며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이 이번 탄핵의 중심에 있다.

이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사건 수사 당시 담당검사가 허위 증언을 강요했다는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기록 등을 제시하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

검찰에서 수사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나온 정치적 탄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으로 검사들이 정치인이나 대기업이 연루된 대형 사건을 기피할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또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결정이 나오는 날까지 당사자와 가족은 내내 시달려야 한다"며 "검사는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일한다고 하는데 선배들이 일하다가 탄핵 대상이 되는 것을 본 후배들에게 어떻게 사명감과 정의감을 얘기하겠냐"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지난 2일과 5일 기자회견 등을 자처해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은 권력자를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해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고 권력자의 형사 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는 날선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장의 지난 2일 회견 이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도 검사들의 탄핵 반박글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검찰 조직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도 부는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 바람과 맞물려 가뜩이나 로스쿨 재학생들 사이에서 법원·검찰의 인기가 떨어진 와중에 양질의 검사 희망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대형로펌에 취업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검찰을 선택하면 연봉이 절반 정도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한다"며 "여기에 업무 강도도 낮지 않은 데다 자칫하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추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별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지만 언제든 탄핵될 수 있다는 신호가 검찰 조직 전체에 미치는 압박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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