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일반뉴스

"재벌 집행유예는 면죄부, 미국은 안 그래"…현직검사의 날선 비판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시스

현직 검사가 부유층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사실상의 면죄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10여년 동안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높아지는 점을 언급하면서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가 전제되지 않는 현행 집행유예 제도는 국가의 책임 방기라고 지적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서강원 검사(42·변호사시험 1회)는 최근 대검찰청 계간 논문집에 '우리나라 집행유예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을 게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서 검사가 논문에서 인용한 2020년 법무연수원 범죄백서(1심 형사 공판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법원의 전체 선고 가운데 집행유예 비율은 2009년 29.5%에서 2012년 21.1%로 최저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늘어 2020년 34.3%까지 높아졌다.

무죄 판결을 받은 2.6%를 제외한 27.2%가 벌금형·소년부송치 등 처분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검찰이 징역 1년 이상 실형을 구형하는 공판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중 63.1%가 실형을 면했다.

서 검사는 "이런 집행유예 조치가 형사처벌 경력이 의미가 없는 소위 직업 범죄자나 부유층에게는 면죄부 기능을 한다"며 "재벌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법원의 관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재벌 3·5 법칙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형 집행유예의 경우 일정 기간 재범만 하지 않으면 사실상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어 피고인들이 형법상 더 가벼운 형벌인 벌금형보다 오히려 자유형 집행유예를 선호하는 '형벌의 부조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 검사는 집행유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식 집행유예' 제도를 참고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연방법은 집행유예를 징역·벌금형과 같은 독립된 선고형으로 분류해 구금에 준하는 정도의 통제와 규율을 부과한다. 집행유예 기간에는 1년 이내의 간헐적 구금과 준가택연금 등을 통해 신체 자유를 제약할 수 있고 집행유예 기간인 피고인은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봐 영장 없는 압수수색도 가능하다.

또 모든 범죄에 대해 배상을 명령할 수 있고 폭력 등 일부 범죄의 경우 배상 책임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가 형사사건 배상명령을 직접 신청해야 하고 그마저도 인용률이 3.7%에 그친다.

미국 연방 형사사건 선고유형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형 선고비율은 2015년 89.4%에서 2020년 91.8%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9.8%에서 7.7%로 줄었다. 2020년 기준으로 집행유예 비중이 우리나라(34.3%)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서 검사는 "범죄자가 유죄를 선고받고도 최소한의 제재 없이 사회에 즉시 복귀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단순 집행유예 제도는 당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역시 집행유예가 시혜적 처분이 아닌 형사제재의 일종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형사사건에서 피해 배상은 사적 영역이 아니라 국가의 공적 책임"이라며 피해배상명령의 법원 직권화, 단순 집행유예 선고 지양, 일부 집행유예를 포함해 법관의 폭넓은 형종 선택권 보장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관련기사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