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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들 연락 다 끊겼다"…검찰 수사관의 한숨[정경훈의 검찰聽]

편집자주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사진=뉴스1

"약쟁이들 연락이 다 끊겼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는 푸념이다. 검찰은 단순 마약 소지·보관·투약사범에 대한 수사개시를 못하게 됐다. 마약 범죄는 늘고 있지만 그동안 구축해 온 정보망이 사라져 마약 범죄자 처벌이 더 어렵게 됐다고 수사관들은 입을 모은다.

마약 수사는 마약 생산·유통사범을 뿌리뽑는 것이 목적이다. 마약 피라미드는 '생산자→도·소매 판매자→배달책→투약사범'으로 이뤄진다. 마약수사는 보통 먼저 잡기 쉬운 투약·소지범에게 단서를 얻어 위로 타고 올라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마약 소지·투약범들이 범죄의 핵심부로 다가가기 위한 정보망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마약 수사 경력이 풍부한 A 검사는 "예전엔 다른 마약범죄나 거물급 사범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정보수집 차원에서 수사관들이 처벌·치료받은 사람들에게 연락하기도 했다"며 "이들 주변에 마약범이 있는지 촉각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지·투약범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지 못하게 되니 이젠 이런 활동도 할 수 없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으니 정보수집을 할 명분도 사라진 것"이라며 "정보망은 수사기관이 조금만 쉬어도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A 검사는 "몇 차례 수사권 조정된 뒤에도 마약 밀수·유통·생산사범 수사는 검찰이 잘한다며 수사권을 남겨뒀는데 투약·소지범에 대한 수사와 정보수집이 불가능해져 그나마 남은 장점도 전보다 빛이 바랬다"고 전했다.

마약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마약사범은 1만57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9363명보다 12.9% 늘었다. 마약류 압수량도 2017년 154.6㎏에서 2021년 1295.7㎏으로 8배 증가했다.

통계는 우리나라가 이미 '마약오염국'이 됐음을 보여준다. 인구 5000만명의 한국이 마약청정국(인구 10만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이하) 지위를 유지하려면 1년에 마약사범이 1만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 최근엔 10대들도 다크웹,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익명성이 강한 매체를 타고 마약을 구하는 현실이 많이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재개정해 마약소지·투약범에 대한 수사권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투약범을 잡을 수 있는 경찰과 검찰의 정보공유는 원활히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경쟁관계이기도 한데 서로 정보를 잘 넘겨주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마약 수사는 전처럼 검찰도 경찰도 제한범위 없이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며 "지난 정부에서 '검찰 직접수사 축소'를 위해 이것저것 줄이다보니 남겨야 할 기능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대검과 일부 검찰청에 통합 형태로 남겨진 반부패부와 강력부를 다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부패부는 뇌물 등 정계·기업가 비리 사건을, 강력부는 마약·조직범죄 사건을 수사해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두 부서는 지난 정부에서 반부패·강력부로 통합됐다.

서울지역 검찰청에 재직 중인 검사는 "검사가 반부패와 강력 분야 둘 모두 전문성을 갖추기는 힘들다"며 "따로 운영돼야 효과적인 수사와 지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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