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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본권 침해"vs"콘텐츠 다양성"...헌재 심판대 오른 '도서정가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제4항, 5항 등(도서정가제)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이 사건은 간행물 판매자에게 정가 판매 의무를 부과하고, 가격 할인의 범위를 가격 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합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하로 제한하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제4항 및 제5항이 간행물 판매자의 직업의 자유 및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인 사건이다. /사진=뉴스1

책을 15% 이상 할인해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도서정가제'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헌재는 12일 오후 2시부터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 4·5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 조항은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되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 측 이재희 변호사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원하는 때에 원하는 가격으로 책을 팔지 못하게 하는 심판 대상 조항은 문제 조항"이라며 "기본권을 제한할 만큼 정당한 공익이 존재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제도로 작가와 출판업자, 소비자가 모두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잠정 적용 헌법 불합치 결정 내리는 게 이상적"이라고 호소했다.

'출판산업 보호라는 입법목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보호가 되는 측면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웹 출판업계 독자에 대한 보호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측 우원상 변호사는 "(도서정가제로) 가격 경쟁에 취약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함으로써 콘텐츠의 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다"며 "가격이 아닌 콘텐츠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제도"임을 강조했다.

또 "통계적으로 (도서정가제가) 문화콘텐츠 생태계에 다양한 이바지를 했음이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근 베스트셀러 위주 시장에서 다품종소량생산 시장으로 바뀌고 있어 정가제 효과가 있다"고 수단의 적법성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양측 참고인의 발언 시간도 주어졌다. 청구인 측 참고인 윤성현 한양대 교수는 "현시대에 도서정가제가 신인 작가를 발굴·보호하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며 이미 온라인 서적 구매가 보편화돼 지역 서점 보호 효과도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성을 위해 가격할인을 금지하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했다.

문체부 측 참고인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도서정가제를 통해)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에 의한 출판시장의 혼란과 왜곡을 방지할 수 있다"며 "가격 경쟁에 취약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함으로써 다양성을 증진 시킬 수 있는 문화 다양성의 보루"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날 들은 양측의 변론과 참고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선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왜곡된 출판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2003년 처음 도입됐다. 도서정가제를 위반해 책을 판매할 경우 벌칙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의 성장 등 출판업계 변화가 나타나면서 제도 취지와 달리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번 소원의 청구인인 전자책 작가 A씨는 도서정가제로 인해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취지로 위헌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서정가제가 헌재의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도 8개 출판·서점 단체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청구인 자격 미달로 현재의 판단을 받지 못했다. 헌법소원을 낸 단체들은 당시 '10% 할인 등을 제공할 수 없는 영세업자로서 대형서점과 경쟁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헌재는 청구인들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는 지위에 있지 않다"며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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