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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심한 정부, 손놓은 법원…하소연할 곳 없는 회생기업[조준영의 법정블루스]

=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개원한 회생법원은 법인 및 개인 회생·파산 사건의 채권조사확정과 부인청구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전담재판부를 새로 만들고 본안 재판부와 인적으로 완전히 독립해 운영한다. 2017.3.2/뉴스1

법원에서 회생인가 결정을 받은 중소기업이 면제된 줄 알았던 등록면허세를 뒤늦게 부과받은 사연을 지난 3일 보도한 뒤 정부와 법원의 무심함을 지적하는 독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채무자회생법에서 회생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등록세 면제 규정의 취지를 사실상 뒤집는 지방세법 개정이 이뤄진 것을 지적하는 얘기가 많았다. 법원이 2016년 지방세법이 개정된 것을 모르고 회생기업에 사실상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려는 회생기업에 지방자치단체가 냉담한 과세원칙만 고집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대부분 애꿎은 회생기업만 속을 태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연은 이렇다. 5년 전 법원에서 회생기업 인가결정을 받은 중소기업 A사는 지난달 20일 관할구청인 강남구청으로부터 세금통지서를 받았다. 등록·면허세와 무신고·납부지연에 따른 불성실 가산세를 합해 총 1193만2190원을 내라는 통지였다.

법원과 등기소로부터 회생인가 결정으로 등기에 따른 등록·면허세가 면제된다고 들었던 A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졸지에 불성실체납자가 돼버린 A사 대표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A사는 2018년 1월 법원에서 회생기업 인가결정을 받았을 당시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자의 채권을 채무사인 A사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등기를 신청하면서 회생법원에는 서류만 제출하고 관련 등기는 법원사무관이 직권으로 등기소에 보내는 방식으로 절차를 완료했다.

문제는 등록·면허세 면제를 다룬 채무자회생법과 지방세법의 규정이 엇갈리면서 발생했다. 채무자회생법에서는 회생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신주발행 등에 의한 촉탁등기에 대해선 등록·면허세를 비과세한다고 정한다. 반면 지방세법에는 증자나 출차전환에 따른 등기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이 2016년 개정 당시 추가됐다.

회생법원은 2018년 당시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A사의 등기 절차를 직권 처리하면서 등록·면허세가 면제된다고 고지했다. 지자체는 지난해 말 지방세법 개정 사실을 확인한 뒤 A사에 등록·면허세와 함께 납부지연에 따른 가산세를 부과했다.

회생법원의 얘기만 듣고 그간 아무것도 몰랐던 A사는 과세 통지 이후 부랴부랴 회생법원과 지자체에 하소연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뒤늦게 지방세법 개정을 알게 된 회생법원은 지방세법 개정 규정이 당초의 채무자회생법 면세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면서도 행정부의 과세 집행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로 그동안엔 지방세법 개정 규정을 몰랐다가 뒤늦게 과세에 나선 것은 인정하면서도 원칙대로 과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거듭했다.

A사는 해당 지자체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이의 신청의 절차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제 막 재기하려는 회생기업이 또다른 짐을 짊어지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A사의 향후 행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법원도, 정부도 자기 입장만 강변하는 사이에서 회생기업은 살 길을 찾기 쉽지 않은 셈이다.

법원은 이런 사실이 보도된 뒤 앞으로 회생기업 관리인을 대상으로 등록·면허세 관련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A사 대표는 "법이 부딪히면 법원이든 정부든 국회든 책임지고 정리해야지, 이걸 왜 회생기업에 넘기냐"며 "기업은 당하기만 해야 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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