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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고]대법원 역량 높일 대법관 후보자 추천해야

권순건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진=법무법인 광장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 대법관 인선이 한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추천된 79명 중 인사검증에 동의한 후보자 37명이 지난 4월28일 발표되자 늘 그렇듯 여러 시민·정치 단체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맞는 대법관 후보 추천을 요구했다.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법조인들은 그동안 처리했던 수만건의 사건 중 정치적으로 예민한 두어건의 사건으로 성향과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가장 최근 임명된 오석준 대법관의 경우에도 당시 누구보다 필요한 적임자였지만 국회 동의 과정에선 '800원 해고 사건' 논란으로 임명이 지연됐다.

법조인에 대한 피상적인 외부 평가와 현실은 다르다. 필자는 그래서 무엇보다 현재 대법원의 심판역량을 확충할 수 있는 대법관 후보자 추천을 요구한다. 대법원은 최종심으로 사회에 근간이 되는 법 질서를 유지하고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현상, 나름의 합리적 근거가 있는 기존 법질서에 대한 도전에도 합리적인 답변이나 새로운 질서를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본시장을 예로 들면 동일한 기초자산에 다른 금융기법을 사용해 누군가는 펀드로 만들어 판매하고 누군가는 파생결합증권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실제로는 A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B의 명의로 하는 듯한 외관을 띠는 경우도 흔하다. 대법원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금융회사가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조사해 그 역할을 다했는지를 심리하라(대법원 2016다223494 )고 판시했다. 금융회사가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려는 꼼수를 막은 것이다. 새로운 사회현상에 대한 유연한 법리제시다.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이미 국회 입법과 별개로 유사한 입법 효과를 낼 수 있는 사건을 심리 중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활동으로 인한 사업자 피해에 대해 노조원을 상대로 징벌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노조 활동이 위축되자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대법원에서는 비정규직회의 집회로 현대자동차의 조업이 63분 동안 중단된 사건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느냐가 쟁점인 사건(2018다41986 )을 심리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노란봉투법 없이도 유사한 입법효과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사회가 유래 없이 급변하면서 정보기술 영역은 물론이고 자본시장이나 공정거래 등에서도 크고 작은 이슈가 많다. 이런 영역을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대법원의 심판역량 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법원의 심판역량이 사회 변화를 못 따라가면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본다. 대법원 스스로 사회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들어 지금 시점에서 부족한 심판역량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이를 보충하기에 누가 적임자인지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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