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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술 베끼기도, 유출 우려도 다 잡도록…'한국형 디스커버리' 최종안 나온다

[MT리포트-'한국형 디스커버리' 기술유출 막을까 늘릴까]① 특허법 개정안 정부안 마련, 오늘 업계 간담회

편집자주'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특허침해를 당해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기업들은 물론 해외기업과 벌이는 특허전쟁에서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첨단산업계의 입장까지 두루 반영한 정부안을 입수했다. 산업계와 법조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자사의 특허부품을 고객사에 납품하던 중 경쟁업체인 B사가 A사 기술과 똑 닮은 부품을 납품한다는 사실을 알고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증거 수집을 위해 고객사에 B사 제품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처럼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특허침해 제품을 확인하는 데만 4년이 소요됐다.

특허법 개정안, 일명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가 2년 만에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당사자 양측이 재판에 앞서 미리 증거를 공개하거나 전문가의 현장조사를 통해 증거를 공유하도록 하는 절차다. 정부는 산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확정하고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입법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상대기업의 특허침해를 입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법원이 판매기간이나 수량, 매출 같은 입증자료 제출을 명령해도 상대가 자료를 조작·은폐할 경우 특별히 제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특허침해 소송을 내도 증거불충분으로 소송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료를 무차별하게 공개, 공유하도록 강제할 경우 심각한 기술 유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가볍게 들을 수 없다. 국회는 2021년 증거 확보가 어려워 특허침해 소송에서 억울한 경우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허소송 특허법 개정을 논의했지만 이같은 이유로 부처간, 산업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특허청의 '한국형 디스커버리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2년 전 국회 논의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산업계의 영업기밀 유출 우려를 방지할 장치를 보완했다. 특허소송에서 법원이 진행하는 증거조사범위를 특허침해와 손해액 관련 자료로 제한하고 법원의 증거조사 개시 결정에 대한 기업의 이의신청 절차를 도입하는 등 기술침해 피고기업의 방어권을 강화했다.

특허소송에서 특허침해기업이 증거를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도 특허침해 증거조사제도를 악용해 상대 기업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빼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특허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재개정안을 바탕으로 24일 반도체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다.


특히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조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독일식 제도를 채택, 조사에 불응하면 상대방 주장을 진실로 인정하도록 하면서도 증거 확보를 위해 기업의 내부 자료가 무분별하게 공개될 경우 심각한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조사 범위를 특허침해와 손해액 관련 자료로 제한하고 조사개시 전 의견을 진술하거나 전문가를 제척·기피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게 눈에 띈다. 법정 외 증인신문, 법원의 자료보전 명령 등 미국식 제도도 입법 논의 대상으로 포함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논의가 2년 만에 다시 불붙은 것은 특허침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기술 베끼기 풍조로 흐르면서 기업 경쟁력 저하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아울러 '특허괴물'이나 '특허사냥꾼'으로 불리는 특허관리기업(NPE·특허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특허권 행사만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자)이 국내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마구잡이식 특허소송이 급증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해외 유출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특허소송이 자칫 기술 빼가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는 고민을 담았다.

국내 특허침해 보호 실태를 보면 2020년 1심 선고를 기준으로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7%대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패소 이유의 66.7%는 '증거 부족에 의한 침해 불인정'이었다. 특허권자가 승소하더라도 대부분 배상액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특허침해 소송의 손해배상액 중앙값은 1억원으로 미국(65억7000만원)의 1.5% 수준이다. 배상액이 낮은 이유 역시 배상액 산정을 위한 증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 한 인사는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베끼는 게 이익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자리잡은 이유"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먼저 시행 중인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에서는 재판에 앞서 증거를 광범위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진상 파악이 쉽고 정식재판보다는 합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배터리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반도체 등 산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기술 유출 우려가 적잖은 분위기다. 법조계 관계자는 "4월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언급한대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면서도 "업계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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