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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내라" 명령에 모르쇠·서류훼손…특허소송 이렇게 바뀐다

[MT리포트-'한국형 디스커버리' 기술유출 막을까 늘릴까]② '디스커버리 제도' 정부안, 어떤 내용 담았나

편집자주'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특허침해를 당해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기업들은 물론 해외기업과 벌이는 특허전쟁에서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첨단산업계의 입장까지 두루 반영한 정부안을 입수했다. 산업계와 법조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국내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법원은 소송 당사자의 신청을 검토한 뒤 상대방에게 '침해를 증명하거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자료제출 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법원은 자료제출을 신청한 측의 주장을 진실로 간주할 수 있다. 자료가 없다고 발뺌하기만 하면 증거 불충분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2016년 도입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런 제재가 신설된 지 7년여 동안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실무적으로 자료제출을 명령 받은 쪽에서 자료 존재를 부인하거나 조작·훼손한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사실상 제재 적용이 어렵다. 결국 형식적으로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소송이 진행되면서 특허권이 침해된 피해자가 구제될 가능성이 여전히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국회에서 재논의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송 당사자 양측이 재판에 앞서 미리 증거를 공개하거나 전문가의 현장조사를 통해 증거를 공유하도록 하는 절차다. 증거를 감추거나 조작·왜곡한 사실이 드러나면 강력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제도를 시행 중인 미국과 영국, 독일 등에서는 증거를 공유한 소송 당사자 양측이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사건의 진상을 어느 정도 확인, 합의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국내에서는 특허권을 사들인 뒤 무분별한 손해배상소송에 나서 수익을 창출하는 이른바 해외 특허괴물 업체의 공격을 방어하고 기술유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법원 지정 전문가의 사실조사(독일) △법정 외 증인신문(미국) △자료보전명령(미국) 등의 디스커버리 제도에 피고의 방어권을 강화하는 수정안을 추가한 한국형 제도를 도입 논의할 예정이다.


증거 확보를 위한 핵심조항으로 논의되는 전문가 사실조사는 △특허권 침해 가능성이 상당하고 △사실조사를 시행할 필요성이 있고 △상대방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고 △증거를 수집할 다른 수단이 없는 4가지 요건이 충족될 경우 법관이 전문가를 선정해 현장조사를 실시, 자료를 수집하는 제도다.

당초 국회 심의안에서는 전문가 사실조사가 실시된 뒤 피고(기업)가 전문가 조사 결과 보고서를 열람하고 영업비밀을 삭제하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조사 전에 피고(기업)가 의견을 진술하게 하고(사전방어권) △쌍방이 동의하는 침해·손해액 자료로 조사 대상을 한정하고 △전문가 제척·기피 절차를 신설하고 △현장에서 조사를 거부할 수 있게 하는(사후방어권) 내용이 추가됐다. 사후방어권 조항은 법원에서 삭제를 요청해 추가 논의될 전망이다.

법정 외 증인신문은 제출된 자료가 훼손됐는지 등을 신속하게 가리기 위해 법원 직원이 입회한 가운데 소송 당사자들이 증인을 불러 질문하도록 하는 절차다. △재판이 지연될 수 있는지 △신문 필요성이 높은지 등을 법원이 인정하면 이런 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하고 절차에 불응할 경우 제재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로 간주하거나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증거 인멸·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제안된 자료보전 명령은 소송 제기 전후 당사자가 낸 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법관이 직권을 발동한 경우 즉시 발령할 수 있되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자료보전 명령을 악용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신청인에게 담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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