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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될까 봐"…'韓 디스커버리' 도입 움직임에 업계 예의주시

[MT리포트-'한국형 디스커버리' 기술유출 막을까 늘릴까]④ 산업계 "도입 취지는 인정…기술 유출 가능성은 우려"

편집자주'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특허침해를 당해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기업들은 물론 해외기업과 벌이는 특허전쟁에서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첨단산업계의 입장까지 두루 반영한 정부안을 입수했다. 산업계와 법조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 움직임을 두고 산업계가 개정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당하기도 하는 만큼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영업비밀 보호 측면에서 명확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특허권 침해 소송이 빈번해지면서다. 2021년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주무부서가 소부총괄과였다가 반도체과로 바뀐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조치였다.

업계에서 염려하는 지점은 개정안에 포함된 전문가 사실조사제도다. 기업이 자료를 선별해 내놓는게 아니라 외부인에게 공장을 열어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술 유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단 기술이 유출되면 손해를 돌이키기 어렵다"며 "최근 기술 유출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와중에 공장을 다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면 핵심기술까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을 추진하는 특허청과는) 입장차가 있다"고 말했다.

첨단기술이 국가전략산업화하는 가운데 해외로 업계 노하우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른바 '특허 괴물'로 불리는 미국의 특허전문회사(NPE)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않고 표적을 넓히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 기업의 NPE 분쟁 건수는 2019년 90건에서 지난해 126건으로 늘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장비, 재료, 배치도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노하우라 경쟁사가 알게 될까 봐 일부러 특허조차 내지 않는 경우가 있을 만큼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공장 문을 열라는 것은 이런 그레이존에 있는 영업비밀이 누출될 우려를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자기 공장을 남이 들여다 보는 것을 반길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분명하고도 강력한 증거 제시 제도를 통해 분쟁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선 업계에서도 개정안 도입 취지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2019년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한 것도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가 한국보다 강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간 소송이 해외 원정으로 번지면 시간과 비용을 유출하는 동시에 국격에도 금이 간다는 지적을 쉽게 흘려들을 수도 없다.

장기 소송을 감내할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계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찬성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2021년 중소기업의 기술유출·탈취 피해금액이 2827억원에 달하지만 피해기업의 75%가 증거 등 입증자료 부족으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외국 기업의 특허 소송이 남발하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마련하는 묘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개정안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소송이 빈번해지면 중견·중소기업은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며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개정안을 보완해 행정상 번거로움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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