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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신청 때 깜빡한 채무…"추가 면책 길 열었습니다"

[인터뷰]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내 서울회생법원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채무자가 파산·면책을 신청할 때 일부 채무를 빠뜨렸다가 뒤늦게 알게 돼 다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채무자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 구제하는 것이 사회질서 유지 안전망이라는 회생·파산제도의 취지에 맞춰 이달부터 이미 면책 결정을 받은 채무자라도 누락한 채무가 있으면 추가로 파산·면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56·사법연수원 26기·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법원장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올해 하반기 역점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법원으로부터 파산 결정을 받고 재기하려는 이들이 미처 몰랐던 빚 때문에 또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살피겠다는 것이다.

파산·면책을 신청하는 채무자가 법원에 채권자 목록을 제출할 때 일부 채무를 누락해 문제가 되는 사례는 회생법원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채무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누락했다가 뒤늦게 알게 되면 면책될 수 있지만 알고서도 빠트린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는다. 지인의 채무 보증을 섰다가 모두 갚았다는 말만 믿고 누락한 경우 등이 그렇다. 파산·면책에서 누락된 채권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신청하거나 민사소송을 내기 때문에 어렵사리 새 출발을 한 채무자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법원장은 "기존에는 누락됐던 채권에 대해 면책을 다투려면 별도로 민사소송을 해야 하고 채권자가 재판에서 비면책 채권이라고 주장하면 채무자가 대응하기 쉽지 않아 법원 산하 상담센터에도 관련 문의가 많았다"며 "회생법원의 존재 가치가 한계 채무자 구제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추가 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파산·면책 신청 제도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파산·면책을 신청하는 이들의 사정이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라는 데 착안해 행정안전부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연계해 공공기관에 흩어진 채무자의 개인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신용정보원 등과 협력해 부채증명서 등을 한번에 접수할 수 있도록 서류 발급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할 때 법률 대리인 도움 없이 본인이 직접 신청하는 비율은 10%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경우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법무사에 서류 대행을 맡기는 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안 법원장은 "손쉽게 서류를 발급, 제출할 수 있게 되면 회생·파산 신청이 훨씬 수월해지면서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경기둔화와 금리·물가 인상으로 개인과 법인 모두 도산 신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안 법원장은 내다봤다.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회생 신청은 올 상반기에 이미 6만1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1787건)보다 4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법인 회생과 파산 신청도 같은 기간 각각 484건, 7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6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반기에는 특히 상반기 문제가 됐던 전세사기 피해가 현실화하면서 회생법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법원장은 "개인 회생 절차에서 임차인(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에 대해 TF(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논의 중"이라며 "개인 회생 신청자가 전세사기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임대차 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변제금액에서 제외하거나 현행 3년인 변제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안 법원장은 "법인 중에서는 건설업계가 어려운 것으로 체감된다"며 "올해 들어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 대창기업, 신일건설 등 중위권 건설사들이 회생 절차에 들어왔는데 원자재값 인상과 미분양 증가로 앞으로도 건설업계의 회생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법원장은 지난해 7월 도입한 '주식·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면책'에 대해서는 "개인 채무자 다수에게 회생 기회를 줬기 때문에 도입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일각에서는 개인의 투자 실패를 탕감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시작부터 회생을 의도하고 투자했거나 사행적인 투자를 일삼은 경우는 신청을 기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량한 실패에 제2의 기회를 주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안 법원장은 회생·파산 전문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1990년 제25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7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행정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이후 서울회생법원에서 부장판사,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올해 2월 제4대 서울회생법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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