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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세기의 이혼' 판결…항소심 법원이 노소영 손 들어준 이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사진=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30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몫의 재산분할액을 1조3800여억원으로 대폭 늘린 것은 최 회장 명의의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봤기 때문이다. 1심 법원은 SK 주식을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기여를 대폭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정한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은 1심에서 인정한 재산분할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의 각각 20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재판부는 SK 지분을 포함해 최 회장 부부의 합계재산을 4조115억원으로 추산하면서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산정했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 요구액을 1심 1조원대 주식에서 항소심 들어 현금 2조원으로 변경한 데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절반 이상을 받아들인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SK 지분 가치 증가에 대해 노 전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노 전 관장은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면서 최 회장 모친이 사망한 뒤 실질적으로 지위 승계하는 등 대체재·보완재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최종현 전 SK 회장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라며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가치 증가에 관해 1991년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전 회장 측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 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한 과정이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책정한 위자료가 노 관장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고도 밝혔다. 최 회장이 혼인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공개 활동에 나선 만큼 노 관장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최 회장은 김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이 가능한 부분만 해도 219억원 이상을 지출했고 가액 산정이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이 배우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것처럼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계속하면서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의 일부일처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최 회장 측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선고 직후 대법원 상고 계획을 밝혔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재판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경영권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없어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특유재산에 대한 법리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상당기간 심사숙고할 것"이라며 "항소심 재판부도 특유재산 여부를 두고 상당기간 따졌던 만큼 올해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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