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인식될 정도로 경영상 일체성이 인정될 경우,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는 '5인 이상 사업장'은 두 기업의 근로자수를 합쳐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여행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사는 2015년 두바이 소재 B사에 인수됐고, B사는 다시 호주 소재 C사에 인수됐다. A사와 B사의 한국영업소 모두 C사 아래에 있게 되면서 2019년 3월부터 서울에서 사무실을 함께 사용했다.

보조참가인인 최모씨는 2016년부터 A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했는데, 2020년 10월 코로나 불황으로 더이상 재경팀 업무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에 최씨는 서울지방노동위를 찾았지만 A사의 상시근로자 수가 3명이라며 구제신청이 각하됐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중앙노동위는 A사가 실질적으로 B사의 한국영업소와 인사·회계 등이 통합된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판단, B사의 상시근로자 수(6명)을 합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인정해 구제신청을 인용했고 A사는 이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회사 조직도에 두 회사가 별다른 구분 없이 기재된 점 △열린 공간에서 서로 협업하며 뚜렷한 업무상 차이가 없이 일한 점 △인사이동이 자유롭게 이뤄진 점 △A사 직원의 병가·승진 등 인사 업무도 B사 직원이 지휘·감독한 점 등을 고려해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 재판부는 "(A사 소속인) 최씨 등은 B사 회계업무까지 담당하며 B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으며, 직원들 모두 두 회사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인식하고 인적 교류 역시 이뤄졌다고 봤다"며 "근로기준법에 비춰보면 최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