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위증교사 혐의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나온 후 차에 타기 전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1.25. photo@newsis.com /사진=류현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이 대표가 김진성씨에게 증언을 요청한 방식에 대해 재판부가 이들의 '갑·을 인과관계'를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어떤 피고인이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을 찾고 증언을 요청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전날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진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 대표의 증언 요청은 위증에 대한 교사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는 교사 행위 당시 김씨가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와 김씨가 2018년 12월 통화할 당시 김씨가 이 대표 부탁대로 증언할 것인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증언을 할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특히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에게 증언을 요청한 것은 피고인의 적법한 방어권 행사라고 봤다. 재판부는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했던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핵심 측근인 김씨에게 자신이 처했던 상황과 그에 대한 의문에 관해 설명하면서 변론요지서를 제공해 당시 상황을 기억해 보게 하는 것은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증거의 탐색 및 수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등 이 대표 발언은 단순한 증언 요청을 넘어 허위 진술을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위증교사의 고의가 있었다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대방에게 알지 못하는 내용을 알고 있는 것처럼 증언해달라는 암시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출신 A변호사는 "법원의 결정이 지나치게 기술적인 논리에 의존해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론요지서에는 증언의 방향성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며 "이 대표는 이를 통해 김씨가 해당 내용대로 위증할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변호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김씨에게) 이 대표가 '기억을 상기시켜봐'라고 말한 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말한 점 등을 보면 변론요지서대로 증언해달라는 취지"라고 했다. 이 대표가 특정한 방식으로 증언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이 드러나 있어 교사의 고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A변호사는 특히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 시 김씨는 성남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며 "김씨가 이 대표와 안면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도지사가 부탁하는데 거부할 수 있겠냐. 도지사가 시키는 대로 증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가 전화해 위증을 요구한 것에 대한 중압감 등으로 허위 증언을 했다고 밝혀 왔다.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합당하다 의견도 나왔다. 배인순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는 "본범은 유죄, 교사범은 무죄가 나오는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에 이례적인 결과"라면서도 "다만 재판부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갑을 관계를 고려하기보다는 피고인 내심의 마음에 집중해 고의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변론요지서를 보내준 것도 방어권의 일종이라고 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판사 출신 B변호사도 "녹취록 전체를 보면 이 대표가 김씨에게 사실대로 진술해달라는 취지였다"며 "변론 요지서를 보내준 것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방어권 범위 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행동이 부적절할 수는 있으나, 이를 위증 교사로 볼 정도의 고의는 없었고 범죄가 되는 영역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한 B변호사는 당시 이 대표와 김씨 사이에 위압감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B변호사는 "당시 김씨가 경기도에 소속돼 있던 것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었다"며 "상하관계로 인한 위압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