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조사를 사실상 전면 거부한 가운데 공수처가 체포영장 시한인 오는 1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특히 법원이 윤 대통령 측에서 체포영장이 무효라는 취지로 청구했던 체포적부심을 기각하면서 공수처의 행보에 힘이 실리게 됐다. 법원이 구속영장까지 발부하면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구속되는 첫 현직 대통령이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16일 오후 5시부터 윤 대통령이 불출석하고 변호인단과 공수처 검사만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체포적부심사를 진행한 뒤 같은날 밤 11시쯤 윤 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윤 대통령 측이 이날 심문에서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이 관할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이라고 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비무장 소수 인원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됐고 체포자나 부상자가 없어 국헌 문란이 아니라며 내란죄 혐의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체포적부심은 수사 단계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피의자가 법원에 체포가 적법한지에 대해 심사를 다시 구하는 절차로 체포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석방하는 제도다. 윤 대통령으로선 지난 5일 서울서부지법의 체포영장 이의신청 기각에 이어 석방 시도까지 무산된 셈이다. 무엇보다 서울서부지법을 관할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내세웠던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기각 판단이 나왔다는 점에서 타격이 적잖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 입장에선 윤 대통령 측에서 문제 삼았던 서울서부지법을 벗어나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체포영장을 인정받으면서 수사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는 법원의 체포적부심 기각 직후 서울구치소에 구금 중인 윤 대통령에게 17일 오전 10시까지 소환조사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체포 직후 첫 공수처 조사에서 "계엄은 통치행위로 판·검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개별 질문에는 모두 진술을 거부한 뒤 16일 조사에 불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추가 소환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같은날 진행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2차 변론, 서울중앙지법 체포적부심에도 경호·의전 문제를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추가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공수처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거나 윤 대통령을 공수처 조사실로 강제 인치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강제인치를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계속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도 검찰이 조사를 위해 강제연행을 시도했다가 불발됐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법원의 체포적부심 기각으로 수사 정당성이 강화된 만큼 윤 대통령이 조사에 계속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에 따른 최대 구금시간인 48시간을 채우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 시한이 하루도 안 남았는데 아직까지 구속영장 청구 준비를 안 하고 있다면 말이 되겠냐"고 말했다. 이미 재판이 시작된 김용현 전 장관 등 12·3 비상계엄 선포에 연루된 전·현직 군인사들의 공소자료 등에서 윤 대통령의 혐의가 드러난 만큼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83쪽 분량의 김 전 장관 공소장에 윤 대통령은 140차례 넘게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적부심사로 윤 대통령 체포시한은 당초 기한이었던 17일 오전 10시33분보다 다소 연장된 상황이다. 법원이 체포적부심 관련 서류를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서류 등을 반환하는 시간은 체포영장으로 가능한 구금 기간인 '48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체포시한이 17일 밤까지로 늦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