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담배회사 상대 약 533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최종 변론 출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5.22. /사진=뉴시스(김금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암 치료로 쓰인 진료비 533억원을 배상하라며 국내 담배회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건보공단은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김제욱) 심리로 22일 열린 이른바 '담배 소송' 항소심 최종변론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건보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폐해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자 담배를 제조, 수입, 판매한 국내 담배회사에 2014년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손해배상액 533억은 30년 이상,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후 폐암과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건보공단이 2003~2012년 지급한 진료비다.

건보공단 측에서는 호흡기 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앞서 2020년 1심 재판부가 암 발병에 흡연 외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며 담배회사 손을 들어준 데 대해 반박하기 위해서다. 정 이사장은 의료계와 전문학회, 세계보건기구(WHO) 의견서 등을 제시해 흡연과 폐암 간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담배 중독성이 강해 의지대로 끊을 수 없단 점을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담배회사들이 담뱃갑에 유해성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담배엔 4000종의 유해 물질이 있는데 (담배회사가) 6개 정도만 있는 것처럼 타르, 니코틴만 표시해왔다"며 "담뱃갑에 마일드, 라이트를 표기해 (유해 정도가) 가볍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에 KT&G 등 피고 측은 "학술지 논문이라기보단 공단 소속 의사 의견서고 의학적 쟁점에 관해 쓴 거라기보다 주장이 주된 내용 같아서 증거로서의 객관성,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또 세계 보건기구(WHO) 자료를 수신한 게 어제 날짜인데 내용이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담배의 중독성으로 인해 끊을 수 없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선 "흡연을 중단하고 시작하는 건 흡연자 결정에 의한 것이지 약물 효과 때문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담배 제조 행위 자체를 적법행위로 만들고 있는데 제조·판매한 행위를 위법행위라 볼 수 없다"며 "이미 담배회사 수익을 국가에서 징수해서 건강보험공단 예산으로 가는데 일반 소비자들을 여론 조사해서 '담배회사에서 담배 만들었으니 나쁘다'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게 온당한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날로 변론기일은 종결됐다. 선고기일은 재판부가 향후 양측의 참고서면을 추가로 받은 뒤 지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