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후 사법부 안팎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논의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26일 열린다.

회의 이후 이 후보 판결 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발표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판사들 사이에서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의견을 굳이 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과 회의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상정한 두 건의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안건은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내용과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 두 가지다.

안건들을 보면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 상고심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 오해를 불러왔다는 비판과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등의 일로 사법 독립이 침해됐다는 주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와 관련한 법관대표들의 입장이 의결을 통해 공개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전체 판사들을 대표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전국 약 130명의 판사들이 모인 단체라는 점에서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의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구체적 입장 발표를 위해서는 참석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구성원 126명 과반의 출석으로 개의하는데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이날 회의를 열기 위한 단체 대화방 비공식 투표에서 법관대표 절반이 넘는 70명이 회의 개최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회의에서 어떤 입장이 나오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개최 여부를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코트넷(법원 내부망)에는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