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개인

[친절한 판례氏] 합의대행 후 남은 돈 사용…횡령 아냐

[the L] 합의에 성공해 목적 이뤘고 남은 금액 돌려주겠다고 미리 정한 바 없어

편집자주[친절한 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형사사건의 피해자들과 합의할 때 사용하는데 쓰라며 돈을 받아 사용한 후 남은 잔액을 임의로 사용했더라도 합의를 달성했다면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A씨는 58회에 걸쳐 1억 6800만원 상당의 재물을 훔쳐 특수절도죄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형사 사건에서 선처를 받기 위해서는 절도 사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A씨 측은 B씨에게 2억원으로 합의를 대신 해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변호사는 아니었다.


이에 B씨는 여러 명인 피해자들을 만나 합의와 함께 공탁 등 맡은 업무를 진행했다. B씨의 노력으로 A씨의 보석이 허가됐고 결국 그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B씨는 합의금 등으로 쓰고 남은 돈 중 498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에 B씨는 A씨 측으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소당했다. 합의금으로 사용한 돈 외에 나머지 돈은 돌려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마음대로 써버렸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법원 제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B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2013도13704 판결)


재판부는 "형사사건 피해자들의 수가 많고 사는 지역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B씨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합의를 하느라고 2~3개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자기 일을 하지도 못했으며 A씨는 B씨에게 합의에 필요한 비용을 물어보거나 비용을 따로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2억원을 가지고 책임지고 능력껏 H씨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사이에 합의만 성사시키면 구체적인 사용처를 묻지 않고 남은 금액의 반환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취지로 볼 여지가 많다"며 "처음에 합의를 부탁했을 때 B씨가 A씨에게 남는 금액을 반환하기로 정하지 않았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가 받은 2억원에는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합의금·경비·수고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봤다. 결국 2억원 중 합의에 사용한 금액 외에 나머지 돈은 경비와 수고비에 해당해 A씨에게 돌려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남은 돈을 돌려주거나 돌려받겠다고 둘 사이에 결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해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원래 주인이 달라고 했는데도 돌려주지 않는 경우에는 횡령죄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B씨는 횡령죄 혐의를 받았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 판례 팁 = 업무를 대행하기로 하고 받은 돈에서 실제로 업무에 사용한 돈 외에 남은 돈을 임의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미리 남은 돈을 돌려주기로 결정한 바 없다면 이 금액에 경비와 수고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어 횡령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관련기사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